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트럼프 오른팔'로 불려온 극우 성향의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 스티브 배넌 작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비롯한 소수 측근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중대 정책을 결정하는 동안 주무부처는 논의에 참여하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임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구상한 것은 이미 대선 기간부터였다.
2015년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이후 트럼프는 '무슬림 전면 입국금지' 공약을 들고나와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선거과정에서 이 공약은 후퇴하는 듯했으나, 이민정책에 매우 강경한 입장인 배넌이 이 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주무부처의 참여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심지어 트럼프가 임명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도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야 최종안을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무슬림 7개국 출신의 미국 영주권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국토안보부의 의견도 배넌의 반대로 묵살됐다고 NYT는 전했다.
로이터는 배넌이 행정명령 추진 과정에서 주된 '동력'이었다며, 트럼프 취임 10일간 배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한 배넌은 공동창업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이민반대와 유대인·무슬림 반대 등을 표방하며 '대안 우파'로 부르는 극우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NYT는 '배넌 대통령?(President Bannon?)'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역대 대통령에게는 막후 참모들이 많았지만, 배넌처럼 '노골적으로' 힘을 축적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배넌의 NSC 참가에 대해 "배넌에게 국가안보 정책 결정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전통을 깬 정도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정치화하는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평했다.
사설은 이어 "이는 배넌이 스스로를 단순히 스벵갈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