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입김에 의해 임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위해 31일 입국했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유 대사는 “최씨가 저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누군가 어떤 저의를 갖고 저를 이 자리에 추천했다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5월 주미얀마 대사 교체에 최순실 씨가 관여한 단서를 잡고 유 대사를 이날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당시 정통 외교부 관료 출신인 이백순(58) 대사가 물러나고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가 임명돼 일각에서는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최씨가 대사 교체 두 달 전 유 대사를 직접 면담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귀국하자마자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유 대사는 “누가 저를 대사로 추천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대통령이 저에게 하신 말씀은 생생히 기억한다”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열리면서 양국 간 교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정통 외교관보다는 무역 경험이 많은 사람을 대사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모셨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최씨와 면담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냐’는 질문에는 “더는 말씀드리는 게 복잡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공항과 특검 사무실 앞에서 ‘최씨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냐’ 라거나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으나 이런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유재경 대사는 “특검에 가서 상세히 말씀드리겠다”, “들어가서 답변하겠다”고 답하거나 침묵하는 등 즉답을 피했다. “최씨와 모르는 사이”라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는 삼성전기 유럽본부장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을 때부터 최씨를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돌아온 게 2009년 초다. 최씨가 회사를 차린 건 2013, 14년쯤이라고 한다. 그럼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야 하는 거냐”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