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웃음과 눈물, 진지함을 오가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진지한 캐릭터처럼 신중한 사람이었다.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에 남다른 의미를 뒀다. 9%대로 첫 방송을 시작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최고 시청률 27.6%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팀워크가 너무 좋았어요. 즐겁게 촬영했죠. 그러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시청률을 떠나서 작품 자체로 자신감이 있었어요.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을 주셔서 기분이 좋고, 상도 주시고 감사해요. 많은 것들을 얻고 가는 드라마예요. 한 세대가 좋아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연령의 시청자들이 재미나게 보신 것 같아요. 요인을 한 가지 뽑기는 그렇지만 시놉이 좋았어요. 대중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중반 이후 10% 후반 대 시청률이 나온 뒤에는 이미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수치상 성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 역으로 열연했다. 강동주는 극중 까칠한 수재 의사였으나 김사부(한석규)를 만나 환자에게 필요한 진짜 의사로 성장하는 인물이었다.
유연석의 ‘낭만닥터 김사부’ 속 연기 정공법은 빛을 발했다. 어떠한 꾸밈도 없었고 앞뒤 상황을 모두 꼼꼼히 분석한 뒤에 그만의 정답을 만들어 낸다. 그는 깔끔한 외모에 하얀 의사 가운을 걸치고 차가운 표정과 강단 있는 말투, 그윽하면서도 아픔이 서려 있는 눈빛으로 강동주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성장 이야기에 관심이 갔어요. 주변 캐릭터는 완성되어 있는 캐릭터라면 동주는 미완성이고 성숙되어 가는 캐릭터잖아요. 동주가 성장하면서 저 또한 성장했어요. 후반부에 보면 여유도 생겼고, 감정도 조절할 줄 알고, 처음 찍었던 장면을 보면 ‘성장 했구나’라고 느껴요. 선배님들도 그렇게 봐주세요.”
강동주는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뇌하는 강동주는 의사로서의 신념과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때로는 세상을 향한 외침을, 때로는 혼자 흐느껴 우는 괴로움을 시청자들과 함께하며 20회 내내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의 저에게 가까운 건 동주 캐릭터예요. 처음에는 어색했었는데 나와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에 성공하기 위해 밟아온 길이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던가, 나도 벼락스타도 아니고, 그런 과정들이 스쳐가면서 공감이 됐어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는 연기하기도 편해졌죠. 지금도 성장해 가는 과정이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고, 동주처럼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어요. 저는 완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예요.”
유연석은 ‘눈빛장인’다운 깊은 눈빛 연기는 최강이었다. 유연석이 선보인 눈빛 연기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분노와 원망 섞인 ‘칼 눈빛’부터 달콤함과 설렘을 담은 ‘꿀 눈빛’, 눈물을 삼키는 ‘뜨거운 눈빛’까지 극의 몰입도를 최강으로 끌어올렸다. 이렇듯 유연석은 눈빛만으로도 낭만멜로와 의학드라마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저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아요. 스포트라이트가 많아지고 관심이 많아진다고 해서 제가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더 달라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이 드는 것 같아요. 호평을 보내주셔서 기대에 만족 시켜드리기 위해 노력해야죠.”
유연석이 펼쳐내는 ‘케미’ 역시 일품이었다. 서현진(윤서정)과의 뜨거운 로맨스에서는 전매특허 ‘멜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극중 강동주는 윤서정을 향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애틋한 로맨스를 펼쳤다. 극 초반부터 동주는 서정을 향한 ‘직진 로맨스’를 선보이며 진한 키스 신으로 안방극장을 설렘으로 가득 채웠고,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애틋한 눈빛을 쏟아냈다. 동주가 아픈 자신을 간호한 서정을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과 서정의 마음을 확인하고 달콤한 눈빛을 보내며 ‘키스 엔딩’을 선보인 14회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연상연하 커플을 해 본적이 거의 없어요. 극중 연하다 보니 애교가 나오더라고요. 동주는 직진 하는 연하남이지만, 저는 직진까지는 안 되는 것 같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또한 한석규(김사부)와 대립하면서 진짜 의사로 성장하며 ‘닥터 브로맨스’를 빛냈다. 특히 김사부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참아내는 눈물과 뜨거운 외침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유연석은 등장하는 배우들과 환상의 호흡으로 극 속에서 아름다운 합을 만들어냈다.
“한석규 선배님과는 영화 ‘상의원’에서 한차례 연기 호흡은 맞췄어요.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어요.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신이 많다 보니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거의 초반에 말씀하셨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카메라에 대고 연기하지 말자’라는 말씀이었어요. 카메라에 대고 연기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배우들끼리 정말 집중해서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이 있어 그런 걸 고민해보자고 하셨고 넘치지 않게 연기하자고 말씀하셨던 것도 있고 연기도 20원어치만 해보자는 말씀도 하셨어요. 선배님이 ‘나는 20원어치 정도 하고, 연석이 너는 50원어치 정도 하면 어떨까’라고 하셨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딱 알겠더라고요. 한석규 선배님을 보면 영화든 드라마든 현장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이 끌고 가는 것이 있더라고요.”
열혈 의사 강동주로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넘어선 유연석은 그렇게 매 장면에서 그 동안 쌓아왔던 연기내공의 포텐을 터트렸다. 수술 신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으로 조여 오면서도, 로맨스 장면에서는 금세 브라운관을 핑크빛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쏟아낸 것. 눈빛과 표정, 목소리의 떨림, 굵은 눈물까지 어느 것 하나 강동주가 아닌 것이 없었다. 유연석은 믿고 보는 연기로 ‘인생캐릭터’를 새롭게 빚어냈다.
“‘응답하라 1994’는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터닝 포인트였고, 이번 작품은 이런 모습,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드린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는 ‘인생캐릭터’가 맞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작품을 하다보면 ‘인생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요. 한 캐릭터가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그 캐릭터만 연기한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배우의 이미지는 배우가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것은 당연해요. 그동안 액션을 안 해봤더라고요. 남자 냄새나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 위에서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행보를 화려하게 보였던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만나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깊게 넓히며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최고의 배우보다는 여러분들께, 그리고 작품에 꼭 필요한 배우가 되겠다”는 배우 유연석.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열일의 아이콘’이라고 하시는데, 특별한 공백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 ‘해어화’ 끝나고 뮤지컬을 했어요. 5개월 정도 쉬고 나니 작품을 하고 싶더라고요. 작품 연달아 할 때는 힘들고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작품도 있고, 아쉬운 작품도 있겠지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가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