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민연금③] 쇄신까지 '산 넘어 산'

입력 2017-01-25 17:52
<앵커>

국민연금이 검찰 수사, 지방 이전까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후자금'관리가 부실해질까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증권팀 김종학 기자와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통한 쇄신안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가요?

<기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뒤 국정농단 조력자로 지목돼 검찰, 특별검사 압수수색까지 받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로 인해 지배구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정부와 청와대 등 외풍에 취약한 현 기금운용체계를 전면 개편해야한다는 것.

오늘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렸는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크고, 독립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차관도 이달초 기자들과 만나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는 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당장 추진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2014년에 보건복지부가 마련했던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나 독립 문제에 여전히 야당측 반대가 크고, 올해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 안이 논의되기도 쉽지 않다.

우선 직접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된 상태로 이원희 이사가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또 올해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개편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통하지 않은 문제를 개선하는 의결권 제도 개편도 국민연금도 국민연금연구원을 통해 이제 검토에 착수한 단계다.

<앵커>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여럿 발의돼 있는데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금운용에 대한 외풍을 더 키울 수 있는 법안도 많다고요?

<기자>

이번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이렇게 되면 기금운용 체계에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입김을 배제하는 기금운용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금운용본부에 감사를 확대하거나 인사 절차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아을 보면 이사장·기금이사 임명절차, 기금의 운용·관리책임, 전문위원회의 운용, 기금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면 처벌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윤경 더불어 민주당 의원안은 이사장과 기금이사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담은 법안을 냈는데, 이렇게 되면 기금운용본부는 불필요한 감사, 인사청문회를 여러번 거치게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의결권전문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의결권위원회를 법적 기구인 주주권행사위원회로 높이고 의결권 행사 절차를 사전에 검토받도록 바꾸는 방안이 담겼다. 기금운용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이러한 법안 개정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앵커>

국민연금 쇄신안 마련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문제가 되는게 인력이탈입니다. 다음달 지방이전을 앞둔 가운데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600조 기금을 운용할 인프라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요?

<기자>

오늘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의 인력이탈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작년에만 30명이 넘는 인력, 특히 실장, 팀장급 주력 운용역이 빠져나갔다. 기금운용본부는 자산운용 경력이 3년,5년,7년씩 충분히 검증되고 업계에서 최고수준의 인력을 데려와 구성이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이다보니 이들에 대해 연봉을 민간 금융회사처럼 주기도 어렵고, 특히나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프라도 부족하다보니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작년 퇴사한 직원이 전체 15% 정도인데, 과거 5% 수준이던 것에 비해 3배나 늘어난 규모이고 직원들의 동요도 크다. 특히나 경력직 직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이탈하는 건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금운용본부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주요 금융기관, 해외 금융기관과의 정보교류나 회의를 갖는데도 상당한 지장이 불가피하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서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 투자기관, 인사들을 모셔와야하는데 호텔, 숙박시설도 열악하고, 심지어 국제행사가 가능한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데 대해 실망한 기금운용 인력들이 한계를 직감하고 이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 지방 이전을 한 뒤에도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앵커>

네 지금까지 증권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