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입학·재학 과정에 이화여대가 특혜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최경희(55) 전 총장의 구속영장이 25일 기각됐다.
최 전 총장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입학 전형과 학사 관리에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나 최 전 총장 측 항변 등을 바탕으로 그를 당장 구속하기보단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게 적절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최 전 총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정씨에 대한 특혜는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부탁으로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주도한 것으로, 최 전 총장과는 상관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총장의 변호인인 한부환 변호사는 "라인이 김종 전 차관,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으로 흐른다"며 "그들의 경우 아랫사람들이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이 있지만, 최 전 총장의 지시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총장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알고 지시했을 거라는 추정 이상의 확실한 진술이나 물증이 필요한데, 결국 구속해야 할 만큼 확실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무방해 외에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팀이 먼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할 정도로 확신이 있지만, 법원은 위증죄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전 총장은 청문회에서 최순실씨와 특별히 아는 사이가 아니라 "정유라 학생 어머니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으나 두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 별도로 만난 적이 있다는 관계자 증언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