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측 일기장 공개한 까닭은? “23만 불은 100% 허위 사실”

입력 2017-01-23 17:53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23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은 당시 일정과 동선을 고려할 때 불가능했다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회장이 반기문 당시 장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검사 출신인 박 전 의원은 현재 반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이다.

'시사저널'에 보도된 의혹은 2005년 5월 3일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의 환영 만찬이 열린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박 전 회장이 만찬 시작 약 1시간 전(오후 6시께) 장관 집무실에서 반 장관에게 2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첫번째 반증으로 당일 반 장관의 일정표를 들었다. 당시 그는 오전 9시 청와대 국무회의, 낮 12시 오찬에 이어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광화문 청사에서 한·베트남 외무장관 회담을 했다. 이어 오후 5시부터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고위전략회의를 했다. 박 전 의원은 관련 보도 사진을 증거로 들었다.

외교부 보좌관이 인사 관련 보고를 하려다가 고위전략회의가 1시간 넘게 이어진 탓에 보고를 받지 못하고 반 장관은 서둘러 한남동 공관으로 향했다.

외교장관 회담 만찬에 앞서 의례적으로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둘러선 채 열리는 '스탠딩 칵테일'에 반 장관은 오후 6시 40∼50분께 도착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일몰시각(오후 7시 24분)이 지났거나 일몰 직전인 것으로 추정되는 스탠딩 칵테일 사진은 어두운 탓에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됐다고 박 전 의원은 설명했다. 사진에 등장한 고(故) 백낙환 대사의 손목시계가 오후 7시 31분 53초를 가리키고 있었다는 사진 전문가의 설명도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시사저널 기사에 따르면 만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에 도착했어야 할 박연차 회장은 (스탠딩 칵테일) 메인 사진이 찍힌 일몰 전후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증으로 박 전 의원은 '일기장'을 공개했다.

당시 반 장관은 5월 3일 일기장에 "베트남 니엔 장관 만찬 주최. 손님 중 부산에서 사업하면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박 회장)인 회장을 초청했는데, 이 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라서 그런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불편해하는데도 공식 만찬에서 폭탄주를 돌리라고 강권하고 또한 혼자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등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돌아다니니 대통령에 큰 누가 될 게 틀림없다"고 적었다.

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은) 상당히 오랫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쓰신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박 회장의 이름이 빈칸이다. 일기를 쓰시다가 사람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날 20만 달러를 준 사람에 대해 일기를 쓰면서 이렇게 아주 혹평을 한다는 것이 일반 사람 상식에 맞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