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특검에 나와 취재진에 '블랙리스트' 주도 세력을 지목하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김기춘 씨"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오후 출석한 유진룡 전 장관은 대치동 특검 빌딩 3층 주차장에서 20여 분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을 주로 '김기춘 씨'로 지칭했다.
유 전 장관은 "김기춘 씨의 구속으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갈 것", "블랙리스트 없다고 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김기춘 씨 한 명뿐", "블랙리스트는 누가 만들었느냐 (…) 김기춘 씨가 주도한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유 전 장관은 대체로 '전(前) 실장, 실장' 등 직함 없이 김 전 실장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 전 장관은 또 이날 회견에서 "김기춘 실장과 제가 블랙리스트 등등으로 사이가 안 좋아서 계속 부딪혔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 전 실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연루된 문체부의 실무 직원들에 대해서 유 전 장관은 "철저한 면책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장관은 "(양심에 반하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실무자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관련 자료를 철저하게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자료를 갖고 있다가 제출한 것이 특검의 수사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