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수퍼 사이클의 추억>

입력 2017-01-12 11:22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수퍼 사이클의 추억' 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경제 코너는 요즘 거의 주식시장 얘기가 톱으로 올라오고 간혹 '어떻게야 해? 지금이라도 좀 사야 돼?' 하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제의 초점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종 주식입니다. 두 종목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거나 예상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우리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희 증시라인11도 지난해 말 올해의 유망업종으로 단연 반도체를 꼽아드렸습니다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간혹 반도체 수퍼 호황, 또는 수퍼 사이클이란 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장사가 잘 되고 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한 데 정말 수퍼 사이클에 들어온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각이 엇갈리는 군요.

그럼 그야말로 수퍼 사이클의 위력을 한번 회고해 볼까요?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아쉽고 쓰린 기억입니다만 말입니다.

2004년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퇴근 후에 TV를 보다가 머리가 쭈뼛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우리나라 조선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만 그 제목이 아마 조선강국 코리아 뭐 그런 거였을 겁니다.

밀려드는 수주에 도크가 모자라고 일손이 부족해서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해외 시장에서 우리 조선업이 왜 경쟁력이 있는지도 해외 현지 촬영을 통해서 자세히 보여줬습니다.

수퍼 사이클의 초입이었습니다. 우연인지 집안 누님이 거제에서 식당을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반응은 '바쁘다. 장사 20년 만에 이렇게 좋은 때는 없었다.' 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더군요. 바로 조선업 스터디를 시작하고 거제며 울산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투자가 현대중공업이었습니다. 4만 원을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 화려한 상승세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올랐습니다. 2005년에 들어서 업황이 좋아진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왔지만 주가의 분출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국조선사들이 곧 쫓아올텐데 얼마나 갈까라는 걱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미국으로 비즈니스를 옮기게 되었고 현지적응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 차에 이 정도면 수익을 챙겨도 되겠다 싶어서 10만 원 선에 팔면서 흐뭇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은 그 시점부터가 주가 측면에서 수퍼 사이클의 시작이었습니다. 2007년, 아시는 것처럼 현대중공업은 55만 원까지 갑니다. 속이 쓰리더군요. 흔히들 사고 나서 빠질 때 보다 팔고 나서 오를 때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고 하죠? 거의 열 배나 그것도 한 2년 사이에 폭등하는 주가를 보면서 정말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서야 모든 언론이 우리 조선업이 영원할 것이라고 찬양했고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100만 원도 갈 수도 있다는 리포트를 냈던 걸 기억합니다. 딱 그때가 고점이었습니다. 원자재 수퍼 사이클이 끝나가면서 조선업 수퍼 사이클도 끝나갈 무렵이었고 전세계 금융시장은 금융위기라는 미증유의 파국으로 급속도로 빠져가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이 과연 어디쯤 와있을까요? 2004년일까요? 2007년 일까요? 업황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있고 반대로 곧 중국이 D램을 생산할텐데 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또 2000년대 중반과 달리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경기침체고 또 하나 전 세계 자원을 블랙홀처럼 쓸어 담아주던 중국은 더 이상 수퍼 사이클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물론 조선업과 반도체의 경기사이클 자체도 큰 차이가 납니다.

증시라인11은 앞으로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판단은 역시 여러분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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