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제가 조금 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②]

입력 2017-01-10 09:57
수정 2017-01-10 09:58


배우 차태현이 주특기인 힐링 코미디로 돌아왔다. '엽기적인 그녀' '과속스캔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슬로우 비디오' '헬로우 고스트'까지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사랑하기 때문에'도 마찬가지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는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하는 능력이 생긴 작곡가 이형(차태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차태현은 이 영화에서 여고생, 노총각 선생님, 형사, 치매 할머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리고 이들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주는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해냈다.

차태현은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한 만큼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을 줬다.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가 '사랑하기 때문에'로 '코미디=차태현 장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차태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는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나.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제가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유명한 분들이 캐스팅되길 바랐어요. 그분들이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리고 유재하의 노래를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였고 매우 좋았죠.

주인공이지만 분량이 많지 않다.

'헬로우 고스트' 작품 구성 자체가 완전히 반대임에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것을 깨기 위해 제가 조금 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죠.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아 좀 더 나와도 될 뻔했나' '너무 안 나왔나' 싶었어요. 근데 다행히 보신 분들이 그런 느낌은 안 든다고 하신 것을 보면 의도한 대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전지현, 송혜교, 하지원, 박보영 등 여배우와의 케미가 유독 좋다. 이번에는 김유정, 서현진과 함께했다.

제가 유부남이라서 그런가, 절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여배우 복으로 따지면 이 이상은 없지 않나 싶어요.

김유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정이가 캐스팅됐을 때 정말 좋았어요. 실제 고등학생이 고등학생 역할을 하는 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동안 성인이지만, 동안인 배우가 고등학생 역할을 많이 했어요. 영화에서 확실히 나이 차가 보이는 걸 원했죠. 유정이가 '님'이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할 때도 마음에 들었어요.

나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를 보는 느낌은 어떤가.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시사회로 보는데, 내가 만든 애드리브를 다른 사람이 했을 때 관객들이 즐거워하니까 그 희열이 엄청나더라고요. 이래서 감독을 하나 싶었어요. 특히 배성우 형이 자기 머리를 만지면서 '얘 머리 어떻게 하냐'라고 하는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올해로 1박 2일 출연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연기와 예능을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처음엔 3년으로 계약했죠. 사실 배우가 예능에 들어갈 때 3년을 잡고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1년 하고 나올 생각은 없었죠. 이왕 할 거면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최대 3년을 잡았었는데, 벌써 이렇게 됐네요. 녹화가 겹치면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정말 그만해야겠구나' 생각해요. 특히 드라마는 대부분 생방 촬영이라 더 힘들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적응이 되는지 그 안에서 장점을 찾게 돼요.

체력도 체력이지만, 작품 속 캐릭터 이미지와 예능 이미지가 너무 다르면 문제가 되지 않나.

그래서 주혁이 형이 나간 걸 이해해요. 악역을 맡았는데 '구탱이형' 이미지가 떠오르면 큰일이잖아요. 저는 '1박2일'과 상반된 이미지의 역할이 여태 없었으니까 계속할 수 있었지만요. 만약 영화와 '1박2일' 속 이미지가 상반된다면 주저 없이 박차고 나갈 거예요. 제작진에게 당당하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요.

2017년 목표는 뭔가.

저는 매년 트로피를 받는 게 목표에요. 예능을 시작하고는 매년 받고 있죠. 제일 받고 싶었던 프로그램 상을 받았으니까 일단 2016년 마무리는 잘 된 것 같아요. 올해에는 굉장히 기대가 많이 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 '신과 함께'까지, 간만에 영화제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