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예술인배제 작년 9월, 리스트 올 초 확인…문서는 못봐"

입력 2017-01-09 22:57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일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9천여 명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배제했다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선 자신이 취임한 지난해 9월 초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올해 1월 초까지 다소 엇갈리는 듯한 진술을 내놨다.

조 장관은 이날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 "올해 초에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를) 확정적으로 예술국장에게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 (문건의) 존재를 어느 시점에 알았느냐"는 질의에 "문제가 대두했을 때 그런 게 있다는 얘기는 내부 직원으로부터 (들었다)"며 "(지난해) 국감 이후였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조 장관은 다시 9천여 명의 문화·예술인 명단 등을 담은 "표를 직원이 만들었다는 말을 (지난해) 연말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검찰에서 조사받고 나온 직원이 갖고 있던 600명의 리스트가 바로 그것이었다는 내용은 (올해 1월) 첫째 주에 보고받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어 "취임 직후 지난해 9월 첫째∼둘째 주에 국·실장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다"며 "예술인 지원에 대해 배제하라는 강력한 요구들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문화·예술인 배제' 정책은 취임 초에 보고받았고, 관련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국감 이후, 문건 형태로 정리된 존재 자체는 올해 초에 확인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조 장관은 다만 "그런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답변드릴 게 없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어 "이 리스트가 정말 있었다면 실제로 작동됐는지 한번 점검해보자고 했다"며 "그래서 여러 차례 점검했는데, 그중에 770여 명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담긴 문건에 'B'와 'K'라는 알파벳이 있으며, 이는 각각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연극 연출가 고선웅 씨에 대한 문체부의 지원 관련 문건에 'K·B 동의, 1차관'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공개했다. 박민권 전 1차관으로 추정되는 해당 차관이 청와대·국정원에 부탁해 고 씨를

블랙리스트에서 빼고 나서 박 1차관은 경질됐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비서관이던 정관주 전 1차관이 임명됐다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 씨가)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의에 "(지난해) 독일에 있을 때 한 차례 있었다"고 답변했다.

노 부장은 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 "운동선수로서의 자질은 전혀 없었다"며 "몸 관리나 개인 트레이닝보다 여가시간을 많이 즐겼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노 부장을 두고 "10차례 가까이 폭언, 폭행, 이사회에서 여러 가지 직원으로서 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며 노 부장이 징계를 받은 사유가 내부 문건 유출과 폭언·폭행 등이라고 증언했다.

국조특위는 사실상 마지막 청문회인 이날 전체회의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35명을 불출석·국회모욕·위증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