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서청원 무례”...당 지도부와 친박계 ‘정면 충돌’로 핵분열?

입력 2017-01-03 19:27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대한 '인적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또 내홍에 빠졌다.

비박(비박근혜)계의 집단 탈당에 이어 당 지도부와 친박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와병 중이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활동을 재개하자마자 친박 핵심을 향해 "악성종양의 뿌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의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서 의원은 전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이 길이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은 "당 대표에 대해 무례한 일이다.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을 "똥 잔뜩 싸고 도망가 '난 똥 싼 적 없다'고 하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인적청산을 두고 제기된 '신당과의 밀약설'을 일축했다.

인적청산 국면에서 인 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서 의원을 찾아가 설득했다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과 후배들을 위해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 좋은 결정을 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 의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이 전날 탈당한 데 대해서도 "(이 의원 탈당만으로) '친박당' 색깔을 벗었다고 국민이 생각할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된 서 의원은 자신에 대한 탈당 요구가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서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내부에선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청산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8일까지 일촉즉발의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애초 인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던 이날 재선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인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역구 일정 등으로 의원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이유였지만, 재선 그룹에 적지 않은 친박계와 인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이와 달리 초선 의원 사이에선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자'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원외 그룹도 편을 가르는 등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을 면담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전체 명의로 낸 성명에서 "엄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가 인적 쇄신"이라며 서 의원 등의 결단

을 촉구했다.

그러자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참석자 70여명 중 명시적 찬성자는 20여명에 불과했다"며 "성명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핵분열'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선 인 위원장과 서 의원 사이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이날 인 위원장을 만나 서 의원 등의 '명예로운 퇴진' 방안을 논의했다.

애초 탈당 의사를 보였던 서 의원이 자진 탈당하고, 인 위원장이 이를 존중하며 유감을 표명하는 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