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연애' 하지원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요?" [인터뷰②]

입력 2016-12-29 15:15


주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온 하지원이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로맨스, 액션, 드라마, 공포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하지원이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에서는 엉뚱한 추리 소설가 한제인으로 변신했다. 제인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 이태원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려고 한다. 그러나 허당인 제인은 뭘 해도 주변 사람에게 민폐만 끼친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제인이다.

영화에서 하지원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방귀를 뀌고 몸개그도 마다치 않는다. 비슷한 장르인 '시크릿가든'의 길라임, '너를 사랑한 시간'의 오하나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목숨 건 연애'는 가벼운 영화다. 항상 뭔가에 도전해왔던 그가 이 영화를 통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하지원에게 제인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하지원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크지 않나. 흥행이나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A.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하고, 촬영장에서도 많은 선택을 계속하잖아요. 그런 선택들이 쉬운 건 아니죠. 사실 많은 고민을 하는데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잘하려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들게 느끼니까 힘들다는 말도 안 떠올리려 해요. 내가 결정했으니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죠. 흥행이나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안 갖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앞으로 내가 할 작업이 굉장히 실험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작은 역할이 될 수도 있어요. 흥행이다 작품성이다 구분 짓고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Q.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게 '길라임 논란'이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A. 그때 생방송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자막이 크게 뜨면서 뉴스에 나와서 정말 놀랐어요. 뉴스에서 길라임이 나올 이유는 상상할 수 없잖아요. 친구 등 지인의 문자가 왔어요. 요즘 많은 국민이 뉴스를 보시잖아요. 진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문자와 SNS 메시지를 받았어요. 체감이 어마어마했죠. 그리고 이틀 후가 제작보고회였어요. 내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인데 다음날 '하지원 길라임 언급 직접 할까'라는 기사를 봤어요. 관심이 많고 '내 심경을 직접 듣길 원하는구나'하는 판단이 들어 매니저와 이야기해서 기자의 질문에 소신 있게 얘기하자고 마음은 먹고 갔어요. 제작보고회 자리라 무거울 수만은 없어 '한제인은 쓰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기자들이 웃음이 터져 '내가 잘못 얘기했나'하고 당황했죠. 뉴스를 보고 어느 정도 놀랐냐면 우리 조카가 다섯 살이거든요. '시크릿 가든'도 안 봤는데 '엄마 길라임이 뭐야?' 그랬다더라고요. '왜 자꾸 길라임 이모 나오느냐'고.

Q. 1996년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이후 20년이 흘렀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다고 생각하나.

A. 배우 같은 경우 이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오잖아요. 시간이 그렇게 인지가 돼요. 지난해, 올해 이런 식의 계산보다 ‘기황후’ 가고 ‘허삼관’이 오고, 그러다 보니 20년이란 시간을 한꺼번에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조금씩 계속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책임감이 있어요. 큰 변신을 해서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한 작품 한 작품 보여드릴 때마다 뭔가 작은 변화라도 항상 보여드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죠.

Q. 20년 동안 배우생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 있나.

A.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란 말이거든요. 내 에세이도 낸 게 하나 있는데 제목이 ‘지금 이 순간’이고요.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최대한 많이 느끼려 해요. 마시는 커피 한 잔, 말 한마디, 한 사람 등이 소중하게 느껴져 이 순간을 생각하다보니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Q. 일하지 않을 때는 뭐하나.

A. 놀아요. 술 마시고, 별 보고요. 자연을 좋아해요. 바비큐 파티를 좋아해 음악을 틀고 해 지는 걸 보고 노래를 들어요. 엄마도 그런 낭만적인 걸 좋아해 함께하고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죠. 예전에 뉴질랜드를 가족들이 정말 좋아해 집을 샀었는데 너무 멀어 가기가 쉽지 않아 팔았어요. 거긴 사람들이 맨발로 다녀요. 지금까지 본 나라 중 정말 깨끗하고 예뻤어요.

Q. '호러퀸' '로코퀸' '액션퀸' 등 많은 수식어가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A. 퀸은 다 좋아요. 아직은 그런 수식어가 정말 감사한데 진정 완벽한 퀸이 되려 노력해야 하겠죠?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다기보다는 지금 가진 수식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A. 딱 한 가지만 말하긴 그렇고, 뭔가 하지원이란 배우가 계속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었으면 해요. 다음 작품에선 또 뭔가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계속 변하며 성숙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드려야죠. 다음 모습이 어떨지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

Q.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은지.

A. 스릴러를 하고 싶어요. 예전에 스릴러를 찍었지만 니콜 키드먼 조디 포스터 등은 여자인데 끌고 가는 게 강렬하거든요. ‘양들의 침묵’ 같은 작품은 정말 하고 싶어요. 진짜 내년엔 정말 내가 갈증 나 있는 연기를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아직 다음 작품 결정을 못 했는데, 빨리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