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기춘 휴대폰 확보...'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풀릴까?

입력 2016-12-27 21:5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정관주(52)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27일 오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 전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57분께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출석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누구의 지시였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일단 정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나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지시 주체 등을 확인한 뒤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차관은 2014년 말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산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50) 문체부 장관이었다.

특검은 전날 조윤선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 문체부 사무실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리스트 관리 의혹이 불거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산하 예술정책국도 포함됐다.

특검은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실장의 개인 휴대전화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같은 날 김종덕(59)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자택도 압수수색됐다. 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두 사람은 각각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구속기소)씨의 대학원 은사, 외삼촌이다.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는 공통적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이달 12일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등을 특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1월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들의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6월께 자신이 이 리스트를 직접 봤으며,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정 전 차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영향력에 힘입어 문체부 차관에 발탁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블랙리스트'와 인사 개입설 등이 불거지자 정 전 차관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아울러 특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문화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철민 프랑스 대사에게 외교부를 통해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모 대사가 현직 대사 신분인 점을 고려해 개인에게 소환을 요구하는 대신 외교부를 통해 소환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그는 자문의가 아니면서도 청와대 드나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불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대리 처방 의혹,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의혹 등을 규명해달라며 이달 1일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