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목격 사실을 털어놓으며 작성의 배후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을 지목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퇴임 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이 명단을 퇴임 한 달 전쯤 봤다고 밝혔다.
당시 김소영 비서관이 A4 용지에 빼곡히 수백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조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를 묻자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해 6월 신임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었다. 전임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리스트는 한 번에 작성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업데이트 됐다고 한다.
조윤선 장관의 주도 여부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비서관은 물론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그 위에 수석이 알았다, 몰랐다는 것은 그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도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 그 위에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라고 유 전 장관은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참사 관련 서명·시국선언 참여 인사나 문재인 대선후보·박원순 서울시장 지지 선언자들의 명단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송강호·김혜수씨 등이 이름을 올렸고, 문화계에서는 정부 관련 인선이나 지원 배제 등을 위해 작성됐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