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CEO들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코스닥 시장에 의미 있는 여풍이 불고 있습니다.
코스닥협회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여성 CEO는 올해 기준 모두 30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코스닥상장법인에서 여성 CEO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TV는 2017년 새해를 맞아 여성CEO들의 경영철학과 사업내용을 들어보는 기획시리즈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여풍(女風)>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1위 기업 포시에스의 박미경 대표입니다.
“엄마가 슈퍼마켓 아줌마였으면 좋겠어”
국내 전자문서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업계 내 최고 수준인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포시에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조종민 대표와 부부 경영을 하고 있어 경영상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은 많았다고 말합니다.
“일을 하게 되면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니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고 엄마로서 포기해야 할 게 많죠”
쓴 웃음을 지어보이던 박 대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살던 집 바로 앞에 슈퍼마켓이 있었어요. 어느 날, 유치원에서 아이한테 소원을 적으라고 숙제를 내 줬었나봐요. 거기에 ‘엄마가 슈퍼마켓 아줌마였으면 좋겠다’라고 쓴 거에요. 슈퍼마켓에서 일하면 매일 거기 가서 볼 수 있으니까... 차마 엄마한테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은 못하고…”
여성 사원들에 대한 배려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박 대표는 이를 경영 철학에 적용합니다.
“아이 키우다가 리턴하세요”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박 대표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서 오는 직장 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 쓸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사내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의 경영 방침대로 현재 기혼 여직원들의 100%가 약 1년 3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데요.
심지어 자녀 양육을 위해 퇴사한 사원들에게는 추후에 ‘리턴’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열어둔다고 합니다.
경영자 입장에선 손실이 따르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박 대표는 “여 사원들이 임신과 육아, 출산 전에는 성과가 높기 때문에, 잠시 육아로 휴직을 하더라도 꼭 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박 대표의 얼굴엔 확신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선두주자로 도약한 열쇠는 여성 인력 활용에 있었죠”
포시에스는 사실 전자문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습니다.
1995년 설립된 포시에스는 초기엔 전자 문서 소프트웨어가 아닌 기업의 영업실적이나 인사카드 관리에 활용되는 리포팅 솔루션을 개발하던 회사였기 때문인데요.
포시에스의 박미경 대표는 성공의 비결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소중함’을 꼽았습니다.
특히, 여성 인력의 활용이 두드러졌다는데요.
박 대표는 “남녀 성비가 적절해야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가지고 온다”고 말할 정도로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포시에스 박미경 대표.
박 대표의 자부심대로 포시에스의 여성인력 비중은 40%에 육박하는데요. IT기업에서는 놀라운 수준인 것이죠.
“그거 우리꺼에요”
전자문서가 어떻게 활용되냐고 묻자 박 대표는 신이 납니다.
“그거 우리꺼에요!”
지난 8월 방송된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는 은행직원이 바쁜 주인공을 위해 회사로 찾아가고, 주인공은 태블릿 PC에 서명하며 간단히 업무를 마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때 주인공이 서명하던 PC의 화면이 포시에스의 전자문서 소프트웨어 'OZ시리즈'였다고 말합니다.
최근 인터넷 은행 설립과 비대면 계좌 개설 등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종이 신청서, 종이 계약서 등이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되고 있다는 건데요.
“세월호 사건 이후에 해양수산부가 구축한 점검시스템, 전국 2만 명의 교통경찰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단말기 서비스도 저희 제품이에요. 아 참, 대법원 가족관계증명서도요.”
포시에스가 자체 개발한 오즈 시리즈(OZ Report, OZ e-Form, OZ EQ)는 각종 신청서, 계약서 등을 디지털화시켜 웹이나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보안솔루션을 통해 개인정보유출위험도 최소화합니다.
높은 업무 효율성과 철저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공공 기관이나 금융, 유통, 통신 등의 산업 분야에서 포시에스의 오즈시리즈가 주목받는 이유인 것이죠.
“그 문턱, 제가 낮출게요”
박미경 대표는 그동안 비용 문제로 금융기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용되어온 전자문서의 도입 문턱을 크게 낮추기 위한 계획도 구상 중입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전자문서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간만큼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몽골,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
해외 시장 문턱도 낮추겠다고 말하는 박 대표의 얼굴은 확신과 자부심으로 가득합니다.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까지 단계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포시에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바뀔겁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마지막으로 박미경 대표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까지 맡고 있다는 박 대표는 “사업하는 분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여성CEO가 버텨야 할 힘든 부분들이 많다”면서도, 남성 중심의 사업 문화가 점점 바뀌어 간다는 희망은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표의 바람대로 포시에스의 뒤를 이어 벤처산업을 이끌어 갈 원동력으로서 여성 CEO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