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소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기자들과 만찬을 갖고 "내년 성장세를 끌고갈 견인은 소비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소비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소비지표의 흐름을 보면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10월들어 소비가 개선됐다가 11월에는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같은 것은 일시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노후에 불안을 느낀다든가 가계부채가 자꾸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의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총재는 또 "수출은 올해보다 여건이 나아지고 건설투자는 기존의 신장세보다는 둔화될 전망"이라며 "내년도 우리 경제의 관건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한국은행을 방문해 소비주도 성장에 대해 설파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제22대)의 의견과 일맥상통합니다. 박승 전 총재는 지난 9월 한국은행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간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과 투자의 엔진이 멎어가고 있어 성장엔진을 소비로 갈아끼워야 한다"며 "가계 소득이 선진국 문턱인데 복지수준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성장과 복지의 병행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 총재는 "내년도 정부예산은 완화적이지 않다"며 재정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부예산의 완화적인 정도를 살펴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꼽았습니다. 명목성장률이 4%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0.5%에 불과한 총지출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입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국내 경제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정책당국의 정책여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졌을 때도 한국의 제도적 건전성, 정책당국의 정책역량이 앞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며 "통화정책의 여력이 소진됐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