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마산의 눈물>

입력 2016-12-20 12:28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마산의 눈물' 입니다.

2002년 스웨덴의 조선 중심지 말뫼에서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우리 현대중공업에 팔려나갈 때 국영방송에서는 장송곡을 배경으로 말뫼가 울었다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붙여진 게 바로 말뫼의 눈물입니다.

어제 마산 성동산업에서 또 다른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었습니다. 2008년에 270억 원을 들여 제작한 이 크레인을 자금난에 빠진 회사를 구한다고 경매에 내놨지만 국내에는 살 곳이 없어 30억 원까지 가격을 낮췄지만 그래도 별 무소용이었습니다. 결국 루마니아 업체가 해체, 운송, 재설치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거저 가져가다시피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걸 두고 마산의 눈물이라고 하는 겁니다.

투자도 그렇듯이 사업에도 때가 중요하죠. 2000년대 들어와서 도크가 없어서 수주를 더 이상 못할 정도로 호황을 구가하던 우리 조선업, 현대, 대우, 삼성 외에도 마산, 통영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설비를 확장했죠. 성동산업도 그 중에 하나였습니다.

대한조선, SLS조선, 성동조선 그리고 대우조선 해양에 이르기까지 투자할 때와 거두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진 회사들입니다.

우리 조선업을 보면서 산업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게 됩니다. 그 나라의 산업화의 단계에 따라 딱 맞아떨어지는 산업이 있고, 그 산업의 경쟁력을 한번 뺏기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단선적인 역사인식이 그 중에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앞서 말씀 드린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조선의 중심국가들이었습니다만 이젠 요트나 유람선 같은 일부 선종을 제외하면 조선산업의 기반 자체가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그 중심을 옮겨온 게 일본이고, 그 다음이 우리 한국이고 또 그 중심이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역사인식이 순환적인 역사인식입니다. 기술의 혁신을 하다 보면 흘러간 산업이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조선업이 최근 부활하고 있죠? 우리 업체들에게 연전연패하던 일본이었습니다만 내수를 기반으로 부활의 기치를 들더니 국제시장에서도 한중일 3강 체제를 다시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업은 어떻게 봐야겠습니까? 이제 그 주도권을 중국으로 뺏겼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산업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 겪고 있는 구조조정기를 거치면 다시금 세계 1위의 자리를 중국으로부터 탈환해 올 수 있을까요?

답은 온전히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에 달렸습니다. 지금의 구조조정을 대충하고 업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린다면 어쩌면 우리는 단선적인 조선업의 흥망성쇠를 보게 될 것이고 지금은 고통스럽더라도 미루지 않고 판을 바꾸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우리 조선산업은 3강이 아닌 최고의 자리를 회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지금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해양의 행보를 보자면 과연 우리 조선업이 전체적으로 1등을 하는 길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의 대책도 우왕좌왕이었습니다.

공중 분해되고 있는 한진 해운의 운명을 되풀이 할 수도 있습니다.

말뫼의 눈물이 마산의 눈물이 되었듯이 마산의 눈물이 거제의 눈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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