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대신 '로션' 마신 러시아 주민 40명 사망…"비싼가격 때문에"

입력 2016-12-20 02:08
수정 2016-12-20 06:56


비싼 보드카 대용으로 '로션'을 마신 러시아 주민 40여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메틸알코올이 함유된 피부 보습용 스킨 토너를 마신 현지 주민 49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19일(현지시간) "현재까지 화장용 토너를 마시고 숨진 주민이 49명으로 파악됐다"며 "일부는 병원에서 사망했고 일부는 집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모두 57명이 문제의 제품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고 피해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수사·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구역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뒤 사망했다. 일부 환자들은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병원 도착 후 곧바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35~50세 사이의 빈곤 계층에 속한 남녀 주민들로, 현지 상점들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스킨 토너 화장수 '보야리쉬닉'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주민들은 그동안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화장수나 의료용 알코올 제품 등을 물에 타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선 보드카를 살 형편이 못 되는 빈곤 계층 주민들이 값싼 공업·의료용 알코올이나 가짜 보드카 등을 마시고 실명하거나 사망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해 왔으나, 이번처럼 한 구역 주민이 한꺼번에 중독돼 대규모로 사망한 사건은 이례적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당국은 해당 제품을 판매한 상점 2곳을 압수수색하고, 제품을 유통한 거래상 7명을 체포해 조사하는 한편 다른 상점 100여 곳도 점검해 2t 이상의 '보야리쉬닉' 제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르쿠츠크 시 정부는 사건과 관련 관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비(非)음료용 알코올 함유 제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