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폭로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전 춘천지방법원장) 등 사법부 간부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정윤회 문건'으로 대변되는 비선실세 논란을 보도할 당시 세계일보 사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이날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이 "정윤회 문건 중 알려지지 않은 8개 파일의 내용을 알려달라"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의 질문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라며 "삼권분립, 헌정질서 유린이며.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 대법원장의 대단한 비위사실이 아니라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2014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관용차 사적사용이
라든가,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이라든지 하는 내용을 포함한 두 건의 사찰문건 등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이름도 등장했다. 조 전 사장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최 위원장 관련 문건에) 누구라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작가도 등장하지 않나. 그분은 이외수 씨 아니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조 전 사장은 이날 자신의 주장의 근거가 된 양 대법원장과 최 방통위원장에 대한 사찰 내용을 담았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중 하나를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원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정보보고 형식 메모가 담겨 있고 대법원장과 춘천법원장의 동향이 적혀 있다.
해당 문건에는 "(최 위원장이) 소설가 이외수 등 지역 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구축해 놓고 법조계 인사와 면담 주선 등 환심 사기에 적극 이용 중이라며 비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박범계 의원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건의 작성기관에 대해 "사찰이라고 하면 어디가 떠오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 전 사장은 "국정원이 떠오른다"고 했고, 박 의원도 "이 문건은 국정원 문건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조병구 공보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조 전 사장의 폭로성 증언에 대해 "만일 실제로 이뤄졌다면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며 유감 표명과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조 공보관은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기에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문건 작성 주체가 확실히 규명되면 이런 행동이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찰의 대상으로 지목된 양 대법원장은 폭로를 접하고 "굉장히 놀랄 일이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충격과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법원장은 또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당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런 사회적 논란·물의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한편 조 전 사장은 청문회 답변에서 '정윤회 문건'에 대해 "진실성이 90% 이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문건'의 출처에 대해선 "제가 입수한 건 아니고 조모 기자가 2014년 3월 경찰 측으로부터 입수한 건 맞다"며 "취재원 보호가 있기 때문에 입수경위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자신의 사장 경질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가) 절 밀어내려 했던 것"이라고 외압설을 제기했다.
그는 한학자 총재의 김만호 비서실장이 2015년 1월31일 오후 5시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만나자 해서 만났을 때,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불가피하게 해임하게 됐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