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트럼프 디펜던트>

입력 2016-12-15 11:23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트럼프 디펜던트' 입니다.

간밤에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렸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예상대로 금리를 올렸습니다. 거의 100%의 월가 전문가들이 그럴 거라고 했고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올린 겁니다.

의례 발표되던 성명도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경기가 확장적이지만 완만하다고 했고 인플레 압력이 있지만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 하나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건 FOMC위원들이 내년에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 점을 찍어 제출하는 이른바 점도표를 취합해 보니, 내년에 세 번 그러니까 지금보다 0.75%p 더 올릴 것이라는 것 하나입니다.

시장은 두 번 정도라고 봤는데 한번 더 올린다고 하니 겁이 난다는 거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 반전이 됐고 국제 유가는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투자자 여러분 이 점도표 너무 신경 쓰지 않기 바랍니다. 작년 이맘때 금리를 올리면서 FOMC위원들 점도표에 의하면 올해 적어도 4번 금리를 올린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오늘 새벽에 겨우 한번 올렸습니다.

점도표라는 걸 찍는 사람이 누구죠? 연방 준비은행 총재들을 비롯한 기본적으로 중앙은행 사람들입니다. 매파든, 비둘기파든 이 사람들이 생각은 인플레를 잡아야 한다는 잠재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연말을 보내며 내년에 우리는 뭘 할까라는 생각을 점으로 찍는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일은 없으니 금리를 올리는 일을 한번이라도 더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지 않겠습니까? 자기들 하는 일이 그런 거니까요. 거기다 이거 3번 찍었다고 꼭 책임져야 할 일도 없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옐런의 말이나 점도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준의 스탠스는 다시 백투 베이직, 이른바 데이터 디펜던트, 즉 향후 나올 미국 경제 지표를 봐가면서 극단적으로 한번도 안 올릴 수도 또 네 대번 올릴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럼 왜 미국 주식이 빠지고 유가가 빠졌을까요? 글쎄요, 연일 사상 최고가를 치던 미국 주가가 이정도 하락도 안 해서야 연준은 뭐가 되겠습니까? 살짝 반응해줘야 할 때 딱 그 정도 반응해준 거고, 국제유가도 조정 없이 60달러 갈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내년 국제유가 레인지는 크게 봐서 40달러에서 60달러 선이라면 조정의 식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죠. 흔히 하는 얘기로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 한가지 의미를 굳이 부여하자면 옐런을 비롯한 연준 사람들 입장에서 취임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여기 우리도 있다라는 묵언의 시위를 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당신의 경제정책을 보자 하니 돈도 엄청 풀고 수출 많이 하고 수입은 줄인다는 데 그러려면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하고 뭐 상의라도 해야지 맨날 기업인들만 불러서 얘기하면 다 되냐? 그리고 월가의 비즈니스 맨들만 입각시키고 보좌관으로 쓴다고 다 되냐? 우리 중에도 한 두 명 장관도 시키고 백악관에도 불러야 구색이 맞는 거 아니냐 뭐 그런 뜻을 촌스럽지 않게 표현한 거라고 봐야죠.

우리가 보니 트럼프 당신은 겨우 4년하고 말 사람인데 우리 연준은 이사 임기가 14년인데 당신이 아무리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 살려본다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돈 풀면 금리 올리는 게 원래 우리가 하는 일이다. 이 정도 시그널은 보내야겠다는 조직의 방어기제가 점도표로 나타났는데 제가 보기에 그것도 세 번이라면 굉장히 조심스럽게 찍은 거라고 봅니다.

결론은 점도표 때문에 주가 폭락하고 금리 폭등하고 달러 폭등하는 일은 적어도 없을 거라는 겁니다. 미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연준은 또 점도표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할 겁니다. 다만 제가 한가지 걱정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가 연준을 너무 무시하면 이 사람들의 자존심을 더 건드린다면 어쩌면 연준의원들 중에 성깔 있는 매파들이 목소리를 키우면서 대결구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연준의 스탠스는 밖에서 볼 때 훨씬 더 긴축적으로 보일 수는 있을 겁니다.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은 첫째 데이터 디펜던트, 둘째 트럼프 디펜던트에 의해 움직일 겁니다. 트럼프가 연준의 이 견제구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 한번 지켜보시죠.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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