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야, 4885 너지?"라는 김윤석의 대사다. 별것 아닌 대사가 김윤석이 살린 말맛으로 '추격자'의 명대사가 됐다. '황해'에서는 인정사정없는 살인청부업자로 변신해 "어이~ 병주이~ 대가린 따로 버리고 나머진 개주라"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렇듯 배우 김윤석은 어떤 작품에서도 가장 뇌리에 박히는 연기를 한다.
그런 그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로 분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첫사랑(채서진)을 잊지 못한 남자(김윤석)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 덕분에 30년 전 자신(변요한)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윤석을 만나 변요한과의 호흡에 대해 들어봤다.
Q. 변요한과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호흡은 어땠나?
A. 그 친구도 나처럼 연극을 했던 친구라 즉흥적인 면이 있어요. 계산된 느낌이 없어서 좋았죠.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같은 인물이지만 과거의 수현(변요한)과 현재의 수현(김윤석)은 다른 느낌이다.
A. 젊은 수현은 아직 청년인 데다가 정식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여리면서 우유부단한 지점이 있어요. 청년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뭔가 서투르죠. 그래서 더 안쓰러워요. 그 친구의 미래가 나니까. 젊은 수현도, 현재 수현도 행복하지만 비극적인 것 같아요.
Q. 같은 인물을 연기하니까 촬영장에서도 많은 말을 주고받았을 거 같은데?
A. 오히려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나보다 훨씬 어린 배우고 아무리 좋은 의미로 뭐라 해도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어차피 현재 수현과 과거 수현이 당장 짊어진 삶은 달라요. 현재 수현에게는 핸디캡이 있고, 과거 수현의 실수도 이미 알고 있죠. 감정적이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졌죠.
Q. 변요한과 외향이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든다.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 안 했나?
A. 요한이가 나랑 눈매가 닮았어요. 얼굴도 동글동글하고요. 저와 느낌이 비슷한 거 같아요.
Q. 변요한이 분위기와 눈빛, 사소한 습관까지 닮으려고 노력했다고 하더라.
A. 촬영 현장에서 나를 자꾸 보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몰랐죠. 나를 관찰해 내 표정을 닮으려고 하더라고요. 나도 요한이의 버릇을 알아요. 머리를 올리는 버릇이 있어요. 외적인 모습을 닮는 것도 중요하지만, 30년 전 내 모습은 너무 여리고 선택을 못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Q. 선배로서 변요한에게 조언해준 게 있나?
A. 다른 말은 안 했고 "치열하게 연기하자"고 했어요. 에너지의 치열함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완성도를 높이는 거죠. 아마 작품을 함께 했던 감독들이 다 치열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서 그 성취감이 되게 높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걸 함께 느끼면 행복하고요. 언제나 어디서나 이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성취감을 높이고 성공을 해야 하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