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크레인사고, 경비 줄이려 불법으로? “애꿎은 일용직 인부들만 희생”

입력 2016-12-12 20:13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공장에서 외벽 패널 보강 작업을 하던 3형제를 비롯한 일용직 인부 4명이 추락, 두 형제가 목숨을 잃은 크레인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이날 카고 크레인에 임의로 매단 운반구가 뒤집히면서 8m 높이에서 작업하던 3형제를 비롯한 인부 4명 가운데 두 형제가 숨졌고 둘째와 이들의 동료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규정을 어긴 채 카고 크레인에 엉성하게 운반구를 매달아 작업을 했고, 인부들은 안전 장구도 갖추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화물을 실어나를 카고 크레인과 근로자가 타고 올라가 외벽 공사를 할 수 있는 스카이차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장비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스카이차를 부르지 않고, 카고 크레인에 운반구를 불법으로 장착해 작업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해 근로자를 운반하거나 근로자를 달아 올린 상태에서 작업에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정식 인증을 받은 고소(高所)작업차, 일명 스카이차에서만 근로자들이 작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카고 크레인을 불법 개조해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행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날 사고 역시 카고 크레인에 불법 장착, 작업 중인 인부들을 태우고 공중으로 올라갔던 운반구가 갑자기 뒤집히면서 발생한 것으로 현장을 점검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카고 크레인은 용어 그대로 화물만 고층으로 실어 나르는 장비일 뿐 근로자들이 운반구에 타서는 안 되는 장비다. 운반구를 매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현장을 살펴본 청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케이지를 달면 안 되는 차량에 불법으로 케이지를 달아 발생한 사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카고 크레인에 사람이 올라탈 수 있도록 케이지를 부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극히 위험하다"며 "이 케이지를 매단 부분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채 부러지면서 인부들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카고 크레인 규모를 보면 최대 적재 용량이 200㎏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데 화물을 싣고, 어른 4명까지 탔으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부들을 고용한 업체가 외벽 공사를 하면서 카고 크레인만 불렀다면 가중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 업체가 작업 현장의 안전 문제를 전담하는 직원을 뒀는지도 확인 중이다. 작업 현장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를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 4명이 사고 당시 안전고리를 채우는 등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119 소방대원은 "사고 현장에서 안전루프나 헬멧 등 보호장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 변을 당한 인부들이 안전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관계자도 "마지막 작업이어서 경계심이 풀려 별다른 안전 장치를 하지 않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카고 크레인의 케이지가 뒤집히는 상황이라면 안전고리를 운반구에 장착했더라도 추락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카고 크레인으로 작업하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고 크레인으로 불법 작업을 했다면 피해 근로자들에 대한 산업재해 처리도 안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