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복제율>

입력 2016-12-12 13:28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복제율' 입니다.

20년쯤 증권사 자산운용부서에서 주식운용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참 대리시절이었습니다만 300억 원이란 돈을 맡길 테니 운용 잘 해보라는 딱 한마디 외에는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성과급이 있을 때도 아니고 계약직이 있을 때도 아니라 이거 잘 운용해서 성과를 내면 더 많은 자금을 맡겨주거나 그저 제때 승진하는 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 정도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증권사 CEO까지 지내셨던 부장님은 그 후로도 '이거 사라 저거 사라.' 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고 경험이 일천했던 저로서는 그저 발로 뛴다는 생각으로 이 회사, 저 회사 방문하고 리포트를 써서 올리고 차근차근 투자를 해서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20년이나 지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때 그 부장께서 매일 불러서 '요즘 수익률이 왜 이러냐, 지수는 올랐는데 이 펀드 수익률은 요즘 왜 이러냐.' 이런 얘기를 하셨더라면 저는 아마 요즘의 국민연금 돈을 받아 투자하는 운용사들처럼 했을 겁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이런 것들을 대부분 사놓고 그야말로 운용이 아닌 관리를 했을 겁니다.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들에게 복제율을 없애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수와 어느 정도까지는 동행하는 운용을 지침으로 주는 걸 그만 두겠다는 겁니다. 올해 내내 중소형주 약세의 수급상 원인으로 원성을 샀던 이 복제율. 지수가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올라야 하고, 지수가 빠지면 펀드 수익률이 내려도 뭐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안정적인 펀드 운용이 될 것 같지만 만약 대부분의 국민연금 주식을 이런 식으로 운용한다면 저는 더 이상 국민연금에 제 노후 자금을 맡기도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그저 극단적인 전제로 하는 말씀입니다.

자산운용 수익률은 아시는 것처럼 대부분이 효율적인 자산배분 즉, 시기에 맞는 주식, 채권,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자산 간의 비율의 효율적인 배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 다음 각 자산별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하느냐에 영향을 받고 그 다음이 사고 파는 시점 즉, 타이밍 설렉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시 자산배분이 잘되고 못되느냐가 전체 수익률 특별히 국민연금과 같은 큰 펀드 수익률의 성과를 좌우합니다.

포트폴리오 단계에서도 운용사의 다변화 이른바 인적 포트폴리오를 함으로서 일방적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국민연금이 하는 일이라는 게 기간을 두고 성과를 낸 운용사에게 더 많은 돈을 주고 반대인 운용사에게는 자산을 줄여나가서 운용사가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겠죠.

그런데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게 평가의 기간입니다. 심한 경우 돈을 맡긴 후에 한달 혹은 한 분기 이후에 성적이 안 좋으면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하면 운용자는 어떻게 합니까? 또 삼성전자를 사 넣어야 하겠죠. 먹이사슬 구조에서 이 국민연금의 돈이 얼마나 중요하지를 알면 말입니다.

운용사 혹은 자문사들 간에 국민연금에게 돈을 받았냐, 못 받았냐 혹은 전년 대비 늘었냐, 줄었냐 가 다른 연기금과 공적 자금 운용기관에 대한 마케팅에 결정적이지 않습니까?

평가의 기간이 너무 짧으면 안됩니다. 그렇다고 돈 줘놓고 방치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 운용사의 운용능력을 단기 성과로 평가하지 말고 조직과 인력 그리고 과거 성과를 철저히 평가하고 선발하고 맡겼으면 관련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서 일정기간 동안 완벽하게 맡겨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돈입니다. 만기가 딱 정해진 돈이 아닙니다. 당분간 기금은 크게 늘어날 겁니다. 국민연금의 돈을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나 실장, 팀장 혹은 운용자들 그리고 운용사에게 주어진 평가기간에 맞춰 기한을 정하고 운용해서는 안됩니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올들아 퇴사했거나 퇴사할 운용력이 28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래가지고 일관성 있는 기금운용이 가능하겠습니까?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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