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줄곧 "모른다"고 진술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회원의 협공에 말을 바꿨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박영선 의원이 내민 '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서야 "착각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김기춘 전 김 전 비서실장은 "이름을 못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는 김 전 비서실장이 거짓 증언을 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김 전 비서실장은 문제의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도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이 작성해 자신에게 가져왔다고 주장했지만, 야당 위원들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작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청문회 내내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저도 답답하다. 그러나 최순실씨를 제가 안다면 만남은 물론 없지만, 뭔가 한 번 통화, 통신이라도 있지 않겠나. 정말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도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 문건에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안나온다. 정윤회라는 이름만 나온다"고 말했지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정윤회 문건'을 공개하고 첫째 장에 최씨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박 의원은 "정윤회 문건 첫 문장에 등장하는 것이 최순실이다. 김 전 비서실장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를 봐라"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 전 비서실장은 "착각을 했다"면서 발언을 정정했다.
박 의원은 더 나아가 김 전 비서실장이 2004년 한나라당 법률자문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틀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회원이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을 밝혀달라며 박영선 의원에게 제보한 것이다.
한 토론회 영상에서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는 장면이 나오자 당시 그 행사에 참석했던 김 전 비서실장은 청문회 답변에서 "죄송하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면서 "이제 최씨의 이름을 못 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 최씨와 접촉은 없었다"고 했다.
또 김 전실장은 최씨의 남편인 정윤회씨 대해서도 접촉한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의원은 "하늘이 무섭지 않냐. 그만 거짓말을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문 때에도 "최씨를 모른다는 것은 아는 사이, 즉 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에게도 물어보라"라며 "최근에 최씨의 이름을 알았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오늘 자료를 보니 오래 전에 최씨의 이름은 알았지만 정말 최씨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추한 모습을 그만 보이라"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