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한류 축제인 원아시아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사직 아시아드 주경기장 한복판에 무대를 설치하는 바람에 잔디가 훼손됐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최근 아시아드 주경기장 잔디가 훼손돼 잔디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아시아드 주경기장 잔디 훼손은 올해 10월 1일 열린 원아시아페스티벌 개막식 이후부터 진행됐다.
당시 주최 측은 공연을 위해 주경기장 잔디 위에다 대형 무대를 설치했다. 무대설치와 해체까지 보름 이상 걸리면서 지속해서 잔디가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훼손된 잔디를 보수하느라 최근 예비비 2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원아시아페스티벌 행사 때문에 잔디가 훼손된 것은 맞지만 애초부터 보수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잔디 위에 무대설치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통상 축구장 잔디는 10년 주기로 교체한다. 사직종합운동장 잔디는 2001년 완공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고, 축구협회에서 잔디 교체를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는 주장이다.
부산시의회 이진수 의원은 "잔디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대를 잔디 위에서 설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수 비용도 행사를 대행한 측에서 물어야 하는데도 시가 부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사직종합운동장에서는 아시아송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때는 주최 측이 잔디 훼손을 우려해 무대를 트랙 위에 설치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에는 부산시 예산 45억원과 국비 9억원이 들어갔다.
시는 대행사로부터 입장권 정산자료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같은 행사를 위해 예산 45억원을 편성했다.
시민단체는 이 행사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예산지원 중단을 요청했고, 시의회는 예산 일부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