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뜨뜻미지근하게 SNS

입력 2016-12-08 00:14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를 많이 좋아해본 경험이 있나요?

심장을 요동치던 파동이 머리카락을 쭈뼛 세우고 정신을 알딸딸하게 만드는 아날로그적 경험은, 0과 1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디지털 마인드와 사뭇 달라 보입니다.

썸남썸녀는 이미 지난 옛 일이 되었나요?

썸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전설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심쿵'에 대기표를 뽑는 기다림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추워지는 날씨에 군고구마보다 더 Hot한 인간 난로를 원하시는 독자들이 느끼는 이런 생물학적 특성을, 단순히 '좋아한다'라는 일반 동사로 표현하기에 '좋아함'의 감정은 너무나 깊고 미묘하며 복잡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좋아함'을 수치로 객관화하기에는 각자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있어 철저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차가운 디지털 화면에 스며들다



'좋아요'라는 감정은 LP판 위에 올려놓은 따스한 아날로그 감성인데, 시대가 변하면서 표현하는 방법은 디지털로 진화했습니다. '좋아요'의 감정이 엽서와 편지를 거쳐 시티폰과 삐삐를 넘어 핸드폰 모바일 액정으로 차갑게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를 뜨거운 핫(hot)미디어와 차가운 쿨(cool) 미디어로 나누었습니다.

책이 대표적인 핫(Hot)미디어라면 텔레비전은 대표적인 쿨(cool) 미디어로 다양한 감각으로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나의 감각기관이 열을 덜 받아 'Cool'한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어떨까요?

SNS는 핫 미디어에서 쿨 미디어로 빠르게 진화하는가 싶더니, 쿨 하면서 핫하기도 하여 '쿨핫' 냉온찜질기의 특성을 두루 갖춰 뜨뜻미지근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빼빼로데이를 맞이하여 초등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낸 SNS 상에서 반응의 척도가 되는'좋아요' 조회 수 때문에 우울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좋아요' 조회 수가 적으면 하루 종일 시무룩하고 '좋아요' 조회 수가 높아지면 기분이 UP 된답니다.

마음껏 뛰어놀며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할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좋아요'의 조회 수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모바일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자신이 SNS에 올린 모든 흔적 안에 '좋아요'라는 타인의 반응이 많아지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SNS는 태생적으로 Hot하고 Cool한 뜨뜻미지근한 미디어이다 보니, 나와 생각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고 내 의견에 찬반이 갈리는 참여 융합 의사소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회 수가 낮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조회 수가 높다고 기분이 Up 되는 것에 민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2017년 SNS 상의 '좋아요' 조회 수에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도록 부모님의 따스한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SNS 상에서 타인의 인기에 연연하는 것보다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스스로 ‘좋아요’라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또 다른 내가 필요한 때입니다.

'좋아요' 조회 수에 상처받은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SNS상에서 누군가에게 맹목적으로 인정받는 것에만 목말라 하지 말고, 진정으로 스스로를 칭찬하는 자신감을 찾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왜냐하면 SNS는 원래 쿨하고도 핫한 뜨뜻미지근한 미디어이니까요.

글 / 이호석 SBS PD (SBS 어린이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내 마음의 크레파스', '꾸러기 탐구생활' 등 연출)

* 외부 필진 칼럼은 당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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