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간의 갈등이 그야말로 '접입가경'이다. 영업정지에 CEO 해임권고까지 들어간 '역대급' 징계가 예고된 가운데, 이제 보험사들이 소명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남았다.
관전포인트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먼저 백기를 든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누가 투항을 하느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이른바 '빅3'의 공동전선이 무너지는가가 관심이다. 아무래도 오너가 이끄는 교보생명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두번째는 금감원이 예고된 징계를 강행할 수 있는가다. 징계 수위를 놓고 무리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예고된 수준의 징계를 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서로 말을 못하지만 '공갈포' 소리가 듣기 싫은 금감원과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보험사들 간의 힘겨루기 양상이다.
양측의 속내는 아주 복잡하다. 어느 순간부터 자살보험금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금감원은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진웅섭 금감원장이 나서 '엄정한 제재'를 밝힌 상황에서 물러날 곳은 없다. 감독당국의 무너진 권위도 세워야한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부담이다. 곳곳에서 '대법원 위에 금감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들린다. 금감원의 무리수에 금융위원회 역시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보험사들이 행정소송을 강행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한다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
서슬퍼런 감독당국 앞에 선 보험사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이미 이미지도 구겨졌고 소비자들의 차가운 시선까지 덤으로 얻었다. 잃을 건 다 잃었다. 물론 주지 않은 보험금은 굳었다.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는 경영진의 '배임'이라는 논리도 새롭게 추가했다. 이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면 '배임'이 된다. '자승자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급' 징계가 예고되자 그야말로 '멘붕'이다. CEO를 정조준 한 징계는 치명적이다. 코너까지 몰리자 끝까지 붙어보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는 거다.
이제 어떤 결론이 날지 '흥미진진'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승자는 없다. 감독당국의 '권위'를 잃은 금감원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보험사들의 '치킨게임'이 마지막회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