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화범, “최순실 사태 보고 방화 결심”

입력 2016-12-01 19:09


1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지른 백모(48·경기 수원)씨는 지난 10월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백씨를 검거한 경찰은 그가 두 달 전부터 방화를 계획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범행을 모의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 정치활동 이력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백씨는 이날 오전 9시 거주지인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3시간 뒤인 낮 12시 구미역에 도착했다.

그가 들고 있던 가방 안에는 시너를 담은 1ℓ짜리 플라스틱 통, 휴지 등이 담겨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백씨는 버스를 타고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로 갔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는 구미에 내려오기 오래전부터 인터넷으로 구미까지 이동 경로, 교통수단 등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오후 3시 15분께 추모관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시너를 박 전 대통령 영정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휴지를 던졌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으나 57.3㎡ 단층 건물인 추모관 내부가 모두 탔고 추모관 옆 초가지붕도 일부 소실했다. 추모관에는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 영정이 있다.

범행 후 100m가량 떨어진 주차장에서 붙잡힌 백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압송 후 폐쇄회로(CC)TV 등 증거를 내밀자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백씨가 쓴 '박근혜는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란 글이 있는 방명록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는 지난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언론에서 접한 후부터 박 전 대통령 생가 방화를 계획했다"며 "4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방화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그 기간이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