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2시 30분' 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정말 숨가빴던 11월도 오늘로 마지막이군요. 아마 우리 역사에 가장 긴박했으며 국민들 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남긴 그러면서도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을 확인한 11월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제 저는 급작스레 전해진 대통령의 담화예고를 듣고 2시 30분까지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렸습니다. 한 명의 국민으로서 또 한 명의 자본시장 참가자로서 말입니다. 이번만큼은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심정을 터 놓고 얘기하고 지난 한달 반여의 혼란을 수습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어제 OECD가 유독 우리 경제만 내년에 예상 보다 무려 0.4%포인트 덜 성장할 거라고 전망을 했죠? 이제 2017년을 꼭 한달 남겨둔 시점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나 낮추는 건 그것도 미국, 일본 다 올리면서 유독 우리만 낮추는 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 상황을 감안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 2%대 성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 국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추락하는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을 위해서라도 정말 분명하게 본인의 거취에 대해 선언하고 그 동안의 과오에 대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를 바랬습니다.
아마도 시장도 그걸 원했는가 봅니다. 흘러내리던 지수가 2시 30분을 기점으로 상승반전을 하더군요. 더구나 대통령이 본인의 거취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시장은 일시적으로 매수가 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자본시장도 대통령이 불확실성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봐야죠.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결자해지라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고 어떤 형태든 이 정국의 혼란을 하루 빨리 수습해 달라고 우리 증시가 애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김없이 짧았던 대통령의 담화가 끝나는 순간 '이건 뭐지.' 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오히려 시장이 그렇게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워놓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내년은 대선의 해로 모든 경제 이슈가 정치화되는 계절인데 대통령의 국회에 본인의 거취를 일임한다는 이 한마디로 우리 정치권은 훨씬 더 복잡한 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한 실마리는 더 꼬이게 된 겁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즐겨 쓰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을 넘겨받은 여야 정치권이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합의하고 일정을 잡아줘야 할 텐데 쉬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정말 너무들 혀.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은 죽으란 거여. 자슥 새끼들만 아니면 그저 팍 죽고 싶당께…' 야근을 하며 밤참을 사러 가서 만난 순대 노점상인 아저씨의 한마디가 귓전에 선합니다.
'이젠 정말 주식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 지겨워. 뭐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야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기다리지. 모든 게 다 뒤죽박죽이야.' 20년 넘게 시종일관 투자를 해온 전업 투자를 하는 친구의 한탄이 귓전을 때립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모조리 다 수입해다가 쓰고 싶어요.' 아침에 구두를 닦으러 가서 만난 어르신의 하소연입니다.
온통 다 절망이고 부정적인 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우리 경제 이대로 쓰러져가지 않을 것입니다. 탄식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켜나가는 우리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본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망의 한가운데 희망의 싹을 보는 게 투자의 본질입니다.
OECD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은 거꾸로 정치만 바뀌고 안정되면 그 만큼 더 뜰 수도 있다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정치가 이 모양인데도 우리 경제가 이 정도로 굴러간다는 것도 우리 경제 자체의 체력이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정치만 바뀌면 움츠렸던 우리 증시도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아쉬웠던 2시 30분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 희망을 확인한 2시30분이기도 했습니다. 12월은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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