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정권과 기업' 입니다.
이제 곧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군요. 올 한해 참 어떻게 지나갔는지 참 정신이 없었습니다. 12월하면 삼성을 필두로 우리 대기업들 인사가 있는 달이죠. 의례 신문 한 면을 꽉 채운 임원승진 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부장과 임원은 100가지 이상 대우가 달라진다며 부러운 얘기를 하고는 합니다.
그 삼성의 정기인사가 올해는 12월에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국정조사와 특검에 그룹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이 불려갈 예정인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압수수색만 서너 차례 이상 받았죠?
내부 인사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청와대와 정부만 그런 게 아닙니다. 기업에도 제때에 승진시키고 전보하고 퇴임시켜줘야 피가 돌듯이 새로운 사업이 진행이 되고 지나간 석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마련입니다. 이 순환의 기제가 멈춰버린다는 건 사실 다른 사업의 추진은 앙연히 지체되거나 최소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기업들이 피해자냐 공범이냐의 여부를 떠나 우리는 권력과 기업간의 관계의 설정을 다시 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발 연대 초기의 우리 경제, 민간경제가 거의 전무했기에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을 하며 정부가 차관을 들여와 이 자금을 민간에 수혈을 하고 산업화를 주도했으니 당연히 권력과 민간 기업 사이에는 갑과 을의 관계를 뛰어넘어 주종관계가 형성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정치시스템은 권력자가 맘먹기에 따라 기업 한두 개 문 닺게 하는 건 일도 아닌 독재체제를 가져왔기에 기업가들에게 정권은 두려움과 동시에 이용의 대상이었습니다.
87년 이후 민주화된 정부의 출범과 급격하게 커져버린 우리 기업들의 위상을 감안해볼 때 우리는 적어도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겠지만 권력과 기업의 주종관계가 상당히 해소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권은 5년으로 유한하지만 재벌은 대를 이어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니 본질은 그저 변한 게 거의 없더군요. 미국의 어떤 대통령들도 미국의 20대 기업 오너나 CEO들을 한꺼번에 백악관으로 불러 훈시를 하고 또 개별적으로 줄을 세워 독대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는 정치가의 몫이듯 기업은 기업가가 자유롭게 하는 겁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주주와 종업원을 위래서 말입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가장 곤혹스런 미국 경제계의 두 사람을 꼽으라면 투자가 워런 버핏과 애플의 팀쿡을 꼽습니다. 민주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모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죠? 그런데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큰 돈을 번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워런 버핏입니다.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트럼프는 팀쿡과의 전화에서 공개적으로 해외에 있는 애플 생산 시설을 국내로 들여와라. 만약 중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입해 온다면 아무리 애플이 미국회사지만 세금 더 물릴 거다. 대신 공장과 함께 주로 유럽에 있는 애플의 200조 원이 넘는 현금 미국으로 들고 들어온다면 세금을 파격적으로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 대통령 아니 우리 대통령 당선인이 개별 기업 경영자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면 우리 정치권이나 언론은 탄핵감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 미국 언론은 이제 팀쿡이 어떤 대응을 할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입니까? 우리 같이 살자고 하는 제안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제안이 애플과 킴 쿡 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모든 미국 기업에게 해당된다는 걸 천명했으며 팀 쿡 에게 한 이 제안이 밀실에서 독대를 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 비록 전화지만 바로 공개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눈치 볼 것도 없고 밀실에서 잘 봐달라고 할 일도 없는 그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관계 말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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