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번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영국 좌파 성향 잡지인 뉴 스테이츠먼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게 된 영국 국민이 득실 분석을 통해 그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정한다면 브렉시트는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브렉시트가 무조건 실현될 것이라고 보는 테리사 메이 현 총리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내년 3월까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 유럽연합(EU)과의 탈퇴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블레어 총리는 브렉시트 안뿐만 아니라 정부가 협상을 통해 내놓는 모든 안을 국민이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지금 선택 여지를 없애려고 하느냐"며 "브렉시트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기도 전에 결정했으면서도 그 결과를 보고 있는 지금 브렉시트에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우리는 왜 하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블레어 총리는 자신이 브렉시트 결정 철회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 사유가 정당하다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U와 협상 결과로 나올 브렉시트 안을 두고 영국 의회, 즉 국민이 가부를 판단할 기회가 종국에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인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서구를 휩쓴 대중영합주의 열풍으로부터 제대로 교훈을 얻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에서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기 전에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하는지를 두고도 정부와 탈퇴 반대론자들의 법정공방도 진행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으로 협상 개시와 함께 브렉시트가 기정사실이 된다며 의회의 사전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내년 8년 만에 최저성장이 전망되는 등 브렉시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성장률이 낮아지고 세수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면서 5년간 1천220억 파운드(약 180조원)의 정부 부채가 추가로 생길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