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최순실 귀하' 입니다.
최순실씨 많이 힘이 들 겁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생전 처음이지만 전화 한 통이면 대한민국 사람 누구라도 뛰어와 머리를 조아렸을걸 생각하면 많이 외롭고 인생무상이라고 느낄 겁니다.
어쩌면 우리 역사에 가장 큰 사고를 친 여인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도 당신을 미워할 정도니 어쩌겠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당신에게 몇 가지 감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근면함 덕에 우리 사회의 숨었던 치부를 보게 됐,고 감사하게도 제대로 된 처방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고 당신이 아무리 부지런해도 그 몇 년 동안 이렇게 다방면에 걸쳐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는 않지만, 지금 제기된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러니까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일 거고요.
먼저 투자자로서 당신 덕에 우리 기업들의 민 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 제일가는 기업들도 권력에는 아직도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걸 봤죠. 왜 기업들이 기를 쓰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수출과 내수가 안 좋다는데 계속 답도 없는 경제의 구석구석을 파봤습니다만 결국 이유는 정치에 있었습니다. 허송세월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왜 법인세 올리면 다 망한다고 하는지 그저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이른바 준조세라는 명목으로 이것, 저것 때가니 법인세 낮춰줬다고는 하지만 퉁 치면 그게 그거라는 것 아닙니까? 거기다 당신이 또 따로 챙겼다고 하니 아마 이번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법인세 올리자는 야당도 오늘 보니 한발 물러선다고 하는데 당신이 기여한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돈 많이 버는 기업들 세금 좀 더 내서 재정지출 좀 늘리자는 얘기를 하고 다녔던 제가 참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투자론을 배운 사람으로서 시장의 모든 정보는 즉각적으로 주가에 반영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어왔기에 떠돌아다니는 정보에 귀와 눈을 닫고 그저 기업의 본질 가치에만 집중해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당신 덕분에 이 얘기는 현실과 아예 동떨어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설마 설마 하던 정보나 말도 안 된다고 웃어 넘기던 풍문도 앞으로는 소중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힘있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더 탐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세상에 존재를 알린 지 한 달이 좀 넘어서 당신의 거의 모든 걸 알게 됐습니다만 주식 투자를 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더군요. 그래서 한번 더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돈 벌려면 주식 하지 말고 부동산하라는 걸 당신이 몸소 가르쳐 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투자자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날은 추워지고 해는 지는 데 앞길은 보이지 않고 가야 할 길은 너무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주저 앉고 싶습니다. 새벽마다 태평양 건너에서 들려오는 연일 사상최고치 소식도 이젠 지겹습니다. 오늘은 혹시 하고 컴퓨터를 켜지만 오늘도 역시입니다.
추운데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혹 더 알려줄 가르침이 있으면 아끼지 말고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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