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외국인 女교수, 'coincidece' 물은 무례한 남학생에 공개서신

입력 2016-11-24 11:49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여교수가 무례한 남학생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개서신을 남겨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대 인류학과 조교수 올가 페도렌코. 그는 23일 SNS를 통해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을 띄웠다.

편지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오후 9시께 교내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던 페도렌코 교수에게 한 남학생이 'coincidence'라는 영어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달라며 다가왔다.

페도렌코 교수가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 무작위로 그런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되고 그건 이상한 일'이라고 거절하자 학생은 소리를 지르고 한국어로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페도렌코 교수는 당시 날이 어두웠고 인적도 드물었다면서 "불안하고 당혹스러웠으며 두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여성들의 도움으로 학생이 진정하는 것 같았으나 여전히 화를 내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며 황당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페도렌코 교수는 "몇몇 사람들이 경찰에 연락하라고 권했지만 그 대신 나는 학생에게 공개서신을 쓰고 이 일을 공론화하기로 했다"며 "성차별, 그릇된 인종적 편견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의 행동이 성차별적이고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페도렌코 교수는 "당신은 나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백인 여성이라는 정형에 끼워맞췄다"며 "정형은 많은 경우 잘못됐고, 당신이 어떤 이에게 접근하건 간에 그 사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여성의 평등과 관련된 사안이고 인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서울대가 이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러시아 출신의 페도렌코 교수는 서양인 인류학자로는 최초로 작년 가을 서울대에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