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정치에 말살된 기업가정신

입력 2016-11-23 17:32


[리포트] 재계로 튄 최순실 불똥…기업하기 불가능한 나라



<앵커>

국정조사에, 특검에 기업들은 정말 '산 넘어 산'으로 느낄 것 같은데요.



산업팀 임원식 기자와 이슈 분석 이어가겠습니다.



임 기자, 올해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지금쯤이면 기업들 인사나 조직개편 등으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 아닙니까?

<기자>

통상 이달 중하순부터 다음달 사이 대기업들은 인사나 조직개편 발표를 합니다.

앞서 리포트 통해서도 보셨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요.

기업들은 전담팀까지 꾸리며 대부분 업무 1순위를 국정조사, 특검 준비에 맞춰 놓은 상태입니다.

국회 분위기 파악을 위해 대관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분위기입니다.

이러다보니 재계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빗대 '여의도 시계'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 지금 우리 경제의 상황을 모르진 않을 텐데요.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은 대기업 총수들을 다시 또 불러다 조사하는 게 과연 타당한 건지 의문도 듭니다.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과 관련해 검찰이 사실상 기업은 피해자로 결론을 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가 총수들을 한 데 모아놓고 청문회를 연다는 건데 과연 진실 규명만을 위한 그림이 될 지 의문입니다.

국정감사 등 그 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들을 감안하면 아마도 범죄자 심문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데요.

결국 기업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반기업 정서를 더 부추길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우리나라는 반기업 정서때문에 대기업들의 경영안전장치가 전혀 없어요. 그것 때문에 투자도 안 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인데. 많은 학자들이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서 다 도입하고 있는 경영 안전장치를 왜 우리는 도입하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앵커>

갑과 을.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기업의 역할이 그랬지만 이 사태를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기업은 역시 '을'인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정치권과 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재계 임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 "밖에 나가면 그야말로 전쟁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갈수록 기업하기 힘들다" 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지켜야 할 규제와 내야할 세금은 갈수록 늘고 있고 무슨 사업 하나 해보려 해도 정부·정치권 눈치를 너무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법인세 예를 든다면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현재 35%인 법인세를 15%로 대폭 낮추겠다고 하고 있고 영국도 법인세를 20% 아래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쪽에서 재벌개혁을 외치며 법인세 인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장기 불황에 다른 나라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자국 경제를 살리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만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부기금 출연을 포함해 한 해 우리 기업들이 내는 준조세만 15조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정경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준조세에 법인세 인상까지 '첩첩산중'





<앵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결국 창업 생태계도 미미한 마당에 그나마 있는 기업들도 해외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드는군요.

<기자>

시쳇말로 기업 팔 비틀어서 돈 걷고 이제는 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몰고 이런 환경 속에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한다는 게 어쩌면 넌센스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피터팬 증후군' 쉽게 말해 '어른아이'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은데요.

보통 창업을 하면 좀더 크게 키우고자 하는 게 기업인으로서 당연한 심리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성장을 기피하면서 2세에게 사업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다시말해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중소, 중견기업들이 상당수인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창업부터 중소, 중견 나아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성장이 가능한 환경이 돼야 투자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있는 건데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고요.

결국 정치의 퇴보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번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우리 경제의 모습들, 외신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김보미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외신 "한국 정치적 혼란 우려…시름 깊어졌다"

<앵커>

정치권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산업팀 임원식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