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 몰리는 돈] 공모펀드 추월..운용수익률 회복 관건

입력 2016-11-22 17:24
수정 2016-11-22 17:21
<앵커>

자산운용 산업 구조가 공모펀드 중심에서 사모펀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액으로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고 하는데요. 증권팀 취재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주식형펀드보다 사모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건데, 그만큼 투자하기 어려워진 환경 때문이라고요?

<기자>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주식시장도 수 년간 박스권이다보니 공모펀드 투자 수익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중소형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1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한 주식형펀드가 상당합니다.

사모펀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산 특성에 맞춰 자유자재로 투자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은 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데요.

사모펀드에 대한 개념도 전문투자형인 헤지펀드, 경영참여목적의 PEF로 단순화한 건 물론, 최소 가입기준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은 60억원에서 20억 원으로 바꿨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부동자금이 사모펀드에 쏠리고,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한 겁니다.

작년 38개였던 사모전문투자회사, 이른바 헤지펀드 운용사로 설립 허가를 받은 곳은 올들어 84곳까지 늘었습니다.

최근엔 제도 진입장벽이 낮아지다보니 투자자문사는 물론 올해들어 NH투자증권, 코리아에셋, 토러스, LIG, 교보, 신영증권 등 증권사들까지 잇따라 진출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헤지펀드 설정액도 7조원을 바라보고 있고, 정부 지원 속에 작년까지만해도 공모펀드보다 작았던 사모펀드 시장규모는 248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앵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는데, 올해들어 수익률도 좋은 편인가요?

<기자>

사모펀드가 올해 기준으로만 보면 수익률은 기대를 채우지 못한 편입니다.

공모펀드에 비하면 안정된 성과지만, 역시 우리 주식,채권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다보니까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던 건데요.

현재 사모전문투자회사, 헤지펀드 운용사가 내놓은 상품은 226개, 이 가운데 106개는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고, 15개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와 마찬가지냐 할 수 있지만, 다른 문제입니다.

시장 상황이 나빠져 수익률이 떨어지면 연 2~3% 손실을 보더라도,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춰 초과 성과를 내 연 5% 이상 수익을 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징적인 건 손실을 기록한 펀드들 상당수가 롱숏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식이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종목은 팔고, 상승할 종목을 사들이는 건데, 하반기들어 팔아야할 종목은 늘었는데, 상승한 종목들 찾기도 어렵다보니 이같은 전략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면 지금 수익률을 방어하고 있는 펀드들은 보면 시장 상황에 맞춰 여러 전략을 섞어서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롱숏 전략이 기본이고, 인수합병이나 이벤트에 대응해 매매하는 전략, 요즘처럼 달러화가 강세이고,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걸 활용한 매크로 전략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헤지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옥석가리기도 함께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상품도 있지만, 일부 두자릿수 이상 손실을 보기도하고, 높은 변동성을 보인 상품들은 사실상 청산을 밟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공모펀드보다 헤지펀드를 이용해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나요?

<기자>

헤지펀드는 말씀드렸든 49인 이하, 소수의 투자자에게 맞춘 사모형으로 운용됩니다.

증권사 PB를 통해서 가입할 수 있는데, 모집하는 투자자 수가 적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소 투자단위가 1억 원 이상입니다.

투자 저변은 넓혔다고는 하지만 이 돈으로는 아직까지 개인이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운용사들은 1억원씩 50억원 미만의 작은 펀드를 운용해서는 대형 부동산이나 대체투자로 수익을 낼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보니 대부분 이보다는 높은 금액을 맡기고 상품을 만듭니다.

금융당국은 그래서 헤지펀드에 공모펀드 운용사가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상품도 출시하도록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이름으로 개인들에게 최소 500만원 이상 투자를 받아서 뭉칫돈으로 헤지펀드를 굴리는 건데, 다만 개인투자자금이 장기간 투자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상품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헤지펀드에 투자를 하더라도 주의할 것이 있는데, 공모펀드도 환매까지 이틀 이상 시간차가 있습니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 상품 여러곳에 투자했기 때문에 자산을 처분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해외 헤지펀드 중엔 환매 신청 후 돈이 들어오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헤지펀드도 환매까지 열흘 정도는 소요되는 편이고, 또 하나 다른 펀드들보다 많은 보수를 떼가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헤지펀드는 일정한 수익률을 약정하고 판매하는 상품이다보다 수익의 최소 10%에서 20%까지 성공보수로 가져갑니다.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연 4~5%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많다보니 운용 역량이 입증된 헤지펀드엔 돈이 계속 몰리고 있습니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 저금리 등 여러 환경적인 면에서 사모펀드가 영역이 확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진입장벽을 낮춰 사모펀드의 순기능,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이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