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멕시코 진출 한국기업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16-11-17 10:24
한국과 중미 6개국이 17일 FTA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당선되면 북미 자유무역 협정(NAFTA) 재협상을 벌이는 한편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 온데다 이같은 계획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권인수위원회의 문서가 전날 공개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체결한 NAFTA에 따라 이들 나라는 관세가 서로 부과되지 않지만 지국내 일자리 감소의 근본 원인을 이 협정으로 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 캠페인이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 강하게 밀어부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도 멕시코지만 NAFTA에 의거, 멕시코에 진출해 엄청난 돈을 들여 현지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곧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지난 9월 1조원을 들여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완성, 가동하기 시작한 상태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연말까지 멕시코 공장에서 K3 10만대를 생산하고 앞으로 연간 4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려나갈 방침이지만 트럼프의 나프타 재협상, 폐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나프타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당장은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사실관계 등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 4곳을 운영하며 내수판매에 주력하는 포스코도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작지만 나프타의 변화로 대미 수출 관세가 올라간다면 가장 큰 수요처인 멕시코 자동차 업황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내수판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등 2곳에 냉장고와 TV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도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를 예상하기가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제품의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없는 데다가 내수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이 현실화되면 멕시코 경제가 위축돼 달러 강세로 인한 멕시코 페소 환율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단이 어렵지만 우리 기업들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수출 규모는 5,510억 달러(621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무려 85%가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는데 이같은 절대적 비중 때문에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가 무 자르듯 쉽게 공약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왜냐하면 포드, 크라이슬러, GM 등 미국의 자동차 빅3를 비롯해 무수한 기업과 전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 멕시코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아차외에도 삼성전자가 한 곳, LG전자가 두 곳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용하면서 북미 3개국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코와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20개가 넘는 법인이 공장을 짓거나 판매 법인을 세운 형태로 진출한 상태다.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새 행정부의 동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큰 그림 다시 그리기 등 다각적인 대책 수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