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직장 여성의 금기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고려해 달라"
- 최고위직 '직장 여성' 박근혜, 여성 인재 단 한 명도 안 키워
- 힐러리 클린턴 승복 연설에 젊은 여성들 '눈물 바다'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가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여성' 박근혜가 아닌 '남성' 유영하가 주군의 뜻을 거스르고 지어낸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니 굳게 믿는다.
이 말은 일하는 여성들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금기어'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텔레비전을 통해 유영하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여성 기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외쳤다.
"그러려면 대통령 되지 말았어야지"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까지 '기자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주장한 여 기자를 선배·후배를 통틀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임신과 육아 라는 대체불가 영역에 들어선 경우에도 혹여 자신의 행동이 다른 직장 여성에게 피해를 줄까 법적으로 보장된 배려까지 포기하고 악착같이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혹여 힘든 와중에 투정으로 '여성으로서의 특수성'을 말하면, 여성 선후배들이 득달같이 나서서 "그러려면 일하지 말았어야지"라며 매몰차게 내쳤던 것이 대한민국 직장 여성들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간 직장 여성 박근혜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주장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변호인의 말 실수라고 해두자.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너무나 큰 짐이 됐다.
4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박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 사회 전체가 많은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난 4년간 박 대통령 자신이 단 한 명의 여성 인재도 키워내지 않았다.
자신을 여왕으로 추켜 세우는 노회하고 비굴한 가신들만 곁에 뒀을 뿐, 유능하고 참신한 여성 리더를 단 한 명도 단련시키지 않았다.
그런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니,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무거운 한국 여성들은 화병이 날 지경이다.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이 승복 연설에서 "모든 여성, 특히 자신들의 믿음을 제게 보여줬던 젊은 여성들이여! 언젠가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을 때 그녀와 함께한 수많은 참모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쓰디쓴 눈물을 쏟았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눈물 흘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