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오판'‥ 여전히 변명만

입력 2016-11-17 09:54
수정 2016-11-17 09:53
<앵커>

국민연금이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대형주 편식에 대해 대형주에 투자된 자금이 얼마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TV가 국민연금이 제시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장 데이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선미 기자가 국민연금의 주장을 하나씩 반박해 드립니다.

<기자>

국민연금은 순수주식형, 장기투자형 등 유형별로 특성이 드러나게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릅니다.

갑자기 벤치마크 복제율을 올리면서 대형주 투자에 몰렸고, 투자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모두 인덱스가 돼 버렸단 겁니다.

<인터뷰> 자산운용사 고위임원

"차라리 그럴거면 인덱스펀드에 맡기지 뭐하려고 액티브펀드에 맡기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나옵니다. 액티브펀드 매니저들 입장에선 60% 복제하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건 40%이니까 그럼 왜 맡기냐고 불평이 나오는 거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여타 종목대비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시장을 따라가는 패시브 전략을 강화할 경우, 중소형주를 내다팔고 삼성전자를 사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또 올해 8월까지 “대형주 매수는 1천억 원에 불과했다"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기업 주식 밀어주기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에 유리한 수치만을 뽑은, 변명을 위한 자의적 데이터 해석입니다.

시장 복제율을 올리는, 즉 지수를 추종하는 운용가이드라인이 제시된 6월 이후 두 달 동안 국민연금은 대형주 7천억 원을 사들였습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8월까지 4천억 원에 육박하는 매도 폭탄을 던져 시장을 망가뜨렸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7분의 1 밖에 안 되는 코스닥 시총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매도는 거의 핵폭탄 급입니다.

문제는 연기금의 ‘우두머리’격인 국민연금의 코스닥·중소형주 매도 기조가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쳤단 것입니다.

상반기 때만 해도 대형주를 매도하던 연기금은 국민연금을 따라 하반기 순매수로 전환해 7, 8월 두 달 동안 5400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같은 시기 중소형주와 코스닥은 매도로 돌변, 6천억 원을 매도함으로써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불균형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인터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패시브하는 이유가 한국시장 전체가 좋았는데 액티브를 해서 내 투자실적이 나빴을 경우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시장이 그런걸 어떡하냐 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국민연금은 중소형주의 이익증가율이 마이너스여서 대형주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한 평균의 함정을 이용한 변명입니다.

국민연금이 근거로 제시한 올해 코스닥 시장의 전체 이익증가율 -23%는 말 그대로 평균일 뿐.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 우량주, 시가총액 상위 20개로만 보면 이익 증가율이 대형주 시장의 두배인 25%에 달합니다.

코스닥 시장이 고평가 됐다는 근거로 국민연금이 제시한 PER 수치도 불명확합니다.

한국경제TV가 기업관련 투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FN가이드와 와이즈FN 등에 요청한 결과, 코스닥의 올해 PER은 20배로 국민연금이 제시한 77배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더구나 2013년 90배가 넘었던 코스닥 시장의 PER가 최근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지며 20~30배 수준으로 떨어져 도리어 고평가 논란을 덜어 놓은 국면입니다.

시장은 갑작스런 운용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국민연금에 날선 비판의 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여전히 근거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