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트럼플레이션' 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가 일주일이 다 되어 갑니다만 걱정했던 주가 폭락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채권 수익률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년 만기 美국채 수익률은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대까지 올랐고 장기 물인 30년물은 3%를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2거래일 만에 무려 1조 달러가 증발했던 채권 시장에서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트럼프 당선자가 밝힌 대규모 재정정책과 친기업 정책으로 인한 경기 활성화,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 그리고 물가 상승. 즉 이른바 트럼프가 만드는 인플레이션 '트럼플레이션'을 예측한 채권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워낙 오랜 기간 저성장과 그 보다 더 심한 저물가를 경험하다 보니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기가 안 좋은데 금리가 오를 일이 있냐'라는 도식적인 생각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맞습니다. 금리는 길게 보면 성장을 반영해서 오르고 내립니다. 하지만 일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금리도 주가처럼 경제의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시장 내부적인 수급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그것도 어느 시점에는 매우 크게 오르내립니다.
단순히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리가 오른다고 보지 않습니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격이랄까요?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국채들 중에 1/3이 마이너스 금리였습니다. 가지고 만기까지 가면 내 원금이 손실이 나는 상황이란 얘깁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 연준을 필두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어 이 채권을 쓸어 담았습니다. 결국 수급으로 수익률은 폭락했고 채권의 가격은 급등한 겁니다. 물론 그 근저에는 유래 없는 저성장이 반영된 것이 맞지만 그래도 미국, 유럽, 일본 어느 선진국도 마이너스 성장은 없습니다. 물가도 미약하지만 올랐습니다. 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간 건 단기간의 유동성 과잉에 채권 시장 내의 비이성적인 관성이 만들어 낸 겁니다.
트럼프 당선이 밝힌 재정확대 정책은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시장에 반영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동치는 채권 시장은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절대 배신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스크럼을 짜고 있다가 옆 동료가 혼자 뛰쳐나가면 남아 있는 동료들끼리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풀어버린 스크럼 나도 내 살길 찾아보자는 입장이 되기 십상이죠. 물론 어제 정치권을 보니 뛰쳐나간 분이 잘못 했다고 돌아오는 수도 있긴 있더군요.
문제는 이 채권 금리 상승세가 주식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이냐는 겁니다. 글로벌 자산배분이란 측면에서 안전자산 격인 국채에서의 이탈한 자금은 더 매력자산으로 이전합니다. 당연히 주식시장이 유력한 대안입니다. 경기와 물가 상승을 예상한 채권 회피 자금으로 예금을 하진 않을 거 아니겠습니까?
채권에서 주식으로 큰 자금이 움직이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시장의 경우 급격한 채권금리의 상승은 주식시장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미국과 사뭇 다른 상황에서 금리의 급등은 위험의 증가이고 자산을 배분하는 입장에서 주식으로의 이전을 지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약한 우리 경제 펀더맨털과 현재의 불확실한 정국 등을 감안하면 채권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에 좋은 재료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시장에 필요한 건 안정감입니다. 급등하는 채권 금리, 환율이 완만한 상승세 정도로 안정되어야 찬찬히 주식 투자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금융시장에도 질서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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