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리더십’ 타격, 친문재인 ‘긴장’ 곤혹스러운 문재인

입력 2016-11-14 23:28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격 철회하면서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14일 오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전격적으로 던졌던 추 대표는 15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까지 했다가 당내의 큰 반발로 하루도 안 돼 계획을 접어야 했다.

최순실 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 대표의 이 같은 '갈지자' 행보는 제1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됐다. 앞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현 정국 수습을 놓고 청와대 및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야권의 공조전선에 '균열'을 초래하고 추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의 성사를 어렵게 만드는 등 정국의 해법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추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당 대표 취임 열흘 만인 9월 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잡았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추 대표는 공식적인 의사수렴 과정 없이 전 전 대통령 측에 예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전달했고, 일정 조율을 거쳐 시간까지 확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고 추 대표는 "국민통합을 위한 예방"이란 취지로 설득했지만,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은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의 연장선으로 이해됐지만, 당내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당시 당내 최고위원들과의 논의과정을 생략한 채 만남을 진행해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추진 과정도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 추진을 위해 최고위나 의총 등 당의(黨意)를 묻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소신대로 밀어붙였다. 전날 밤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긴 했지만 사실상 입장을 정한 뒤 통보 하는 형식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예방 무산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리더십에 큰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청와대 단독회담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당은 벌집을 쑤시듯 시끄러웠다. '100만 촛불'로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기정사실화 한 마당에 야권 공조까지 무너뜨려 가며 박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불과 며칠 전 국민의당·정의당 대표를 상대로 정국수습을 위한 야권 공조를 약속하며 합의사항까지 내놨던 추 대표였기에 다른 야당으로서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일제히 회담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추 대표를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추 대표의 '실점'이 개인적 차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제1야당 대표의 '오판'이 최순실 파문 국면에서 민주당의 향후 운신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0만 촛불'을 거치면서 민의(民意)가 박 대통령 퇴진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이를 대변해야할 제1야당의 위상과 역할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추 대표가 당 안팎에서 위기에 처할 조짐이 보이자 전당대회 당시 추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친문재인) 세력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당내 일각에서 이번 영수회담 제안이 문재인 전 대표와 교감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사전에 연락받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회담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문 전 대표 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