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드라마 SBS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그의 활동을 좀처럼 볼 수 없었고, 일각에서는 돌연 사라진 그와 관련해 추측성 소문과 루머까지 돌았다.
2014년 준비 중이던 영화가 진행되지 못했고, 드라마 역시 출연이 불발되면서 본의 아니게 긴 공백을 가지게 됐다. 중간에 찍었던 광고의 광고료의 받지 못해 힘든 시간도 보냈다. 매니저를 사칭한 이들로 인해 두 편의 드라마 출연 역시 무산되는 황당한 사건도 겪게 됐다. 그랬던 그녀가 tvN '혼술남녀'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브라운관에 복귀하는데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혼술남녀'가 잘 돼서 다행이다.
A. 공백기 동안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속시원히 말할 수 있죠. 정말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사실 데뷔 이후 앞만 보고 달려왔거든요. 그래서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고 배부른 짓을 많이 했죠. 그러다 본의 아니게 2년의 공백을 보내면서 왜 그랬나 후회도 되고, 부족한 연기도 보는 눈이 생겼죠. 영화도 안되고 드라마도 안되면서 왜 이렇게 안 좋은 일만 생기나 했는데 결국에는 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시간이 됐고, 감사한 시간이 된 셈이에요.
Q.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혼술남녀' 박하나의 모습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이미지를 고수한다는 혹평이 나올 수도 있고 '하이킥'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텐데?
A. '하이킥'의 이미지가 강해 안 하느니만 못한 게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오랜만에 컴백이라 무섭고 걱정도 됐고, 설레면서도 부담도 됐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기대 안 하고 오버한다는 욕만 먹지 말자 했는데 첫 방 이후 반응이 너무 좋아서 감사하고 기뻤죠.
Q. '혼술남녀'는 직장인, 공시생 등 2030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호평을 얻었다. 연기하는데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A. 공백기 때 불안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시청자의 평가를 보니까 '다들 외롭고, 어렵고, 을이구나' 하는 공감도 생겼어요. 대본도, 촬영 현장도 재미있었는데 잘 표현되고 공감을 이끈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오랜만에 인터뷰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다.
A. 이런 인터뷰도 못 할 줄 알았어요. 혼자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들고. 그러다 오랜만에 복귀했더니 카메라도 어색했죠. 하지만 따뜻한 현장과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 공감도 하고 그렇게 저 역시 서서히 주변에 대하는 것도 많이 달라지고 그러더라고요. 철이 좀 든 거 같아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시즌 2는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도 생겼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일이 더 재미있어질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거 같아요. 안 쉬었다면 도망갔을 수도 있었을 지도 몰라요.
Q. 악플을 다 본다고 들었다. '혼술남녀' 하면서는 악플이 거의 없었을 것 같은데?
A. 연기에 관련된 악플을 보면 나쁜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요. 발성이 낮고 답답하다는 의견에 쉬는 동안 뮤지컬 발성 선생님께 1:1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발음도 고치려고 했고, 우는 연기도 못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눈물이 잘났어요.
Q. 올해 서른이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A. 기다렸던 서른 살을 잘 시작한 거 같아 기뻐요. 여자로서의 자신감은 떨어졌지만 배우로서는 분명 더 성숙하고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공백기를 보내면서 마음도 편해졌고, 현장에서의 여유로움도 되찾았어요. 영화도 많이 하고 싶고, 드라마도 많이 하고 싶어요. 이젠 소처럼 일해야죠.
Q. '혼술남녀' 종영하자마자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시즌 2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A. 시즌2에서 시청률 6%가 넘으면 시즌제로 가고 아니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시즌2가 방영된다면 못다 한 연애를 더 가슴 아프고 처절하게 하고 싶어요. '연애시대'처럼 각각 다른 이성을 만나서 재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주인공의 묘미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거잖아요.
Q.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A. 의사 역할이나 장희빈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서른이 넘어서 팜므파탈도 가능할 것 같고요. 나름 잘 뜯어보면 섹시한 구석이 있는 데 못 보여드린 것 같거든요. 운동을 좋아해서 권투나 마라톤 선수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인간적인 악역이나 '왔다! 장보리' 속 악역처럼 인간 아닌 악역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