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국악, 클래식 등 장르를 아우른 음악인 2천300여명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시나위 신대철, 국악인 최용석, 성악가 이재욱 등 음악인들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는 700명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평론가, 작사·작곡가, 공연기획자, 제작자까지 참여해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으로는 최대 규모다.
앞서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뮤지션 손병휘와 정민아 등이 발기인이 돼 지난 2일부터 페이스북에서 음악인들의 서명을 받았으며 하루 만에 1천400명이 참여했다.
음악인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며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 및 부패 정치기업동맹을 모두 엄중 처벌해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을 회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 정부에서 자행된 각종 문화행정 비리와 예술 표현 자유 억압 사건의 책임자를 엄단하라고 요구했다.
음악인들은 '내가 이러려고 음악했나 자괴감이 든다', '블랙리스트보다는 신청곡 리스트를' 등의 피켓을 들고 발언을 이어갔다.
작곡가 원일은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 자는 내려와야 한다"며 "또 예술가를 검열하고 분류하는 나라에 사는 국민은 불행하다. 변화시키려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뒤 경종을 들고나와 세 번 울렸다.
음악인들의 시국선언답게 노래와 공연이 어우러져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는 "세월호 2주기에 만든 노래"라며 노래를 부르며 연주했고, 참여자 전원은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이라며 고(故)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합창했다.
다음은 음악인 시국선언문 전문.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실상은 처참하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지 않았다. 민주공화국은 박근혜·최순실 세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으며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믿음은 완전히 짓밟혔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이 나라의 어떤 것도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에 빠졌다. 그럼에도 박근혜·최순실 새누리당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숨기고 꼬리를 잘라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이에 민주공화국의 일원이고자 하는 우리 음악인들은 ‘이제 그만’을 외치며, 폐허가 된 민주공화국의 부활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
2.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 및 부패 정치기업동맹을 모두 엄중 처벌하여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을 회복하라
3.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중단,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박근혜·최순실 정부에서 벌어진 모든 불의와 민주주의·민생 유린의 진실을 밝히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워라
4. 박근혜 최순실 정부에서 자행된 각종 문화행정 비리와 예술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의 책임자를 엄단하고 민주공화국다운 문화가 꽃피게 하라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질 때까지 모든 시민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무너진 나라에서 음악의 역할을 고민하고 항상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음악의 소중한 가치가 이 땅의 아름다움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6. 11. 8. 음악인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