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vs 트럼프' 美 대선,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입력 2016-11-04 14:30
김영상 KOTRA 워싱턴무역관 부관장

Q.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만약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공약과 성향을 미루어 볼 때) 우리 산업계, 특히 수출 부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트럼프 후보뿐만 아니라 클린턴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즉 TPP 통과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TPP 반대 입장을 고수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클린턴의 공약대로 TPP 통과가 무산될 경우에 일본 비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일본은 TPP 체결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일본의 대미 수출 전체 품목 중 87%가 TPP 발효와 동시에 관세 철폐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대미 수출의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자동차부품 산업이 가장 큰 수혜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TPP 무산이 결과적으로 우리 자동차부품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에 누가 당선이 되던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클린턴 후보는 미국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타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강력한 무역구제 조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제소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개입 문제를 제기하면서 압력을 가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NAFTA 등 기존에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아직까지는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 요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 측이 한미 FTA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 약가 결정 과정 △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 정부 기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 금융정보 해외위탁 규정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Q.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할 텐데요. 트럼프 대통령, 이 때는 국내외 외교정세도 감안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경제계, 산업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트럼프 후보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가 현지에서도 최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주장하고 있는 과격한 정책이 의회와의 조정을 통해서 수정 완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보유한 권능만으로 중국, 멕시코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미국에 대해 무역보복을 감행할 것이고 한국의 2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이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하여 우리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와 재계의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될 것입니다.

Q. 힐러리 공약에는 IT 등 신산업 육성책이 포함됐고, 트럼프는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이 당선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 우리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부분이 있을까도 짚어봐야 할 텐데요.

각각의 산업정책에 앞서서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가 사실상 유일하게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야가 미국 내 공공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인데요. 클린턴은 임기 동안 2,700억 달러를, 트럼프는 무려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건설 경기가 확대되어 철강 등 건설 기자재 수요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에 따른 경기부양효과로 일반 소비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자동차, 가전, IT, 의류 등의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이 산업 정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기회요인을 찾아 볼 수 있겠는데요.

첫째로, 미국 내 차세대 무선통신망, 5G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서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사물인터넷 환경과 사이버보안 기술에 투자를 약속하고 있어 이 분야의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둘째로는 바이오 복제약 시장입니다.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케어를 유지하고,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 의료보험 제도를 확대 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복제약의 승인을 확대하고 해외 복제약의 수입 장벽을 낮추는 등 경쟁을 통해 조제약 가격을 낮추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바이오 복제약 수출기업과 의료기기·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린턴 후보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전체 에너지 공급의 25%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위해서 임기 동안 태양광 패널을 5억 개 이상 설치하는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클린턴 후보의 이러한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약 7배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충당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되어 미국 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관련 산업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트럼프의 경우는 상세한 산업별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 보호적인 정책이 주로 이루어서 기회요인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과는 반대로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화석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있어 미국 내 채굴 및 시추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른 석유 시추기계, 운송 등 장비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