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부동산 대책은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조 기자.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이 우리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가계부채를 꼽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오늘(3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결과를 보면 국내외 금융전문가의 30%가 한국 금융시스템의 1순위 위험요인으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금리인상과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이 뒤를 이었지만, 응답자수는 가계부채가 두 배 이상, 앞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국내 가계부채의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 6월말 기준으로 1천257조원을 기록, 올해 1300조원은 거뜬히 넘길 것이란 분석인데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주택담보대출 수요의 급증입니다.
경제연구소들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내년에는 1천460조원, 1500조원에 가까워 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계부채 대책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 앞서서 지난 8월 발표됐었죠.
집단대출 규제 강화 등을 담았었는데, 효과가 있었나요?
<기자>
사실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바로 이후(9월)에는 오히려 일부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었고, 시행까지 시점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몰린 것이죠.
그래서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규제 강화 시기도 한달 앞당기고,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시행을 일시 중단하거나 시중은행들을 불러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등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직접 나섰습니다.
그 결과 지난달 들어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였습니다.
특히 10월이 이사철임을 감안해도 주택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교해보면 절반수준으로 증가폭이 줄었는데요.
주요 6개 시중은행의 10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7조4750억원, 지난 9월말보다 2조8723억원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올해 3월 이후 7개월만에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이 2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늘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수요까지 억제되면 급증하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 풀 꺾이면서 한숨을 돌릴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주택대출이 가계부채의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고요?
<기자>
앞서 전문가들이 가계부채를 가장 큰 리스크로 꼽은 것도 바로 가계부채의 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올해 1월~8월까지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난 4년에 비해 약 2배 이상인데요.
이 중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대출 증가폭이 1금융에 비해 훨씬 컸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옥죄기에 들어가다보니, 풍선효과로 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급증한 것인데요.
특히 변변한 담보 없이 빌려주는 생계형 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에는 63조여원 수준이었는데 10년도 안되서 100조원이 늘어났고, 은행의 기타 대출과 비슷한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여기다 가계부채 통계로 잡히지 않는, 그야말로 '숨어있는 폭탄'도 있는데요.
바로 개인사업자 대출, 자영업자 대출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내수 경기에 민감하고, 가계대출과 비슷한 성격인데, 전체 가계대출의 약 2/3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여기다 주택대출에서도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식어버리면 특히 집단대출의 경우 위험 부담이 높아져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으려다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이자상환 부담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