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으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최순실 씨가 조만간 독일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와 딸 정유라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67·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씨가) 사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으며, 검찰이 소환하면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선임된 이달 13일부터 현재까지 아직 출석 통지를 받지 못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고 사회 혼란을 막는 길이라는 게 본인(최씨)과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실정법상 위법이나 범죄행위가 있으면 처벌을 달게 받고자 하는 각오도 있다"며 "만약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 변호인인 제가 먼저 사임하겠다고 몇 번을 다짐받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대 지원을 받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사유화하려 하고,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외교·안보 기밀자료 등을 사전에 열람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 외국으로 출국해 행방이 묘연했던 최씨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를 꾸려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특별검사제 도입을 협의 중이다.
이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불법 운영에 관여한 의혹을 최씨가 인정하는지에 대해 "구체적 사안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위법이라고 다 범죄행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각종 청와대 서류가 담긴 문제의 태블릿PC의 소유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앞으로 수사돼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에 대해선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독일에 머무는 최씨가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딸 유라씨도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로 떠난 데 대해선 "사생활에 관한 가슴 아픈 일들이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곧 귀국을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이날 기자 간담회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치 귀국을 거부한 것처럼 비친 점을 해명하고자 최씨가 이 변호사에게 요청한 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씨의 표현은 '당장 내일 오라고 하면 그건 (사정상) 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사당국의 통지가 오면 맞춰서 출석할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최씨는 자신의 처신과 행동으로 딸이 세상에서 모진 매질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어미로서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딸의 프라이버시가 갈가리 헤쳐지고 있다. 딸에 대해서만은 관용을 베풀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당시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법률 대리인이다. 그는 "그 사건을 잘 알기 때문에 최씨가 나를 선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검 1차장검사를 끝으로 1999년 개업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변호사의 기자 간담회 보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