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민속촌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가 SNS 마케터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민속촌의 팬 수는 현재 34만명으로 팬 수 자체만으로 주목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민속촌 페이스북에 올려진 특유의 동영상은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국민속촌은 지난 2011년 트위터를 개설한데 이어 2012년 페이스북을 오픈하고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다.
SNS 활동을 시작한 이후 연간입장객 수가 운영 전에 비해 35% 가량 증가할 정도로 한국민속촌은 SNS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 ▲ 사진 = 한국민속촌 페북지기 속촌아씨)
◇ 베일에 싸인 페북지기 '속촌아씨'
2012년 이전까지 한국민속촌은 '고리타분하고 뻔한 곳'이라는 이미지로 관람객들에게 외면받았다.
이 때 새로 꾸려진 마케팅팀은 한국민속촌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닌 '직접 다가가는 즐기는 테마파크'로 변화를 꾀했다.
이미지 탈바꿈이라는 특명 아래 한국민속촌 SNS는 거침없는 드립과 젊은 감각에 어필하는 이슈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팬들을 늘리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는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팬들의 댓글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방식으로 충성팬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속촌아씨'라는 페북지기 콘셉트가 만들어졌다.
한국민속촌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를 알리면서 일시적으로 옛날말투를 사용했는데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아씨'라는 이미지까지 팬들이 만들어주면서 지금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 ▲ 사진 = 한국민속촌 페이스북 화면 캡쳐)
기자는 베일에 가린 속촌아씨와 직접 만나 페북 운영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속촌아씨는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가려진 채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어 서면을 통해 겨우 속촌아씨의 운영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다.
◇ 한국민속촌 페이스북의 진짜 주인공 '캐릭터와 관람객'
한국민속촌 페이지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거지, 사또, 광년이 등이 출연하는 동영상 콘텐츠 때문이다.
이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 개그콘서트를 본 것처럼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연기자(한국민속촌에서는 '캐릭터'라고 부른다)들의 주도하에 관람객들이 즉석 연기에 동참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사극드라마 축제의 <사약체험> 영상이다.
한국민속촌 마당에 실제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멍석과 나무 상, 사약이 담긴 사기그릇이 마련되고 사약 연기에 참여할 관람객은 즉석에서 섭외된다.
관람객이 당황해하면서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사약을 마시고 죽는 연기를 이어가는 영상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때로는 관람객이 주축이 돼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스파르타의 습격>이라는 영상은 관람객이 직접 시나리오를 짰다. 관아에서 스파르타 군대와 마주한 사또와 포졸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 ▲ 사진 = 한국민속촌의 콘텐츠 <사약체험>(위)과 <스파르타의 습격>(아래). 한국민속촌의 캐릭터와 관람객 참여로 만들어졌다.)
속촌아씨는 한국민속촌의 SNS 운영 전략을 O2O(Oline to Offline)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SNS에 올려질 동영상 콘텐츠를 따로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민속촌에서 1년 365일 진행되는 모든 축제를 기획할 때부터 온라인에서 이슈가 될만 한 콘텐츠를 고민합니다."
- 속촌아씨-
<수박서리 체험>이나 벨 누르고 도망치는 <벨튀 체험>, <연탄차기 행사> 같은 추억의 놀이들이 그 예다. 현장에서 특별한 연출이 들어가진 않지만 영상에 들어가는 센스 넘치는 자막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한국민속촌에서 1년에 한 번씩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선발 과정 역시 SNS를 통해 공개된다.
현재 인기 캐릭터인 '꽃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원(28)씨도 "SNS에 올라온 캐릭터 선발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참여해 한국민속촌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가지를 들고 다니며 구걸을 하는 역할로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김정원씨는 "궂은 날씨에도 거지 옷을 입고 다니거나 곤장을 맞는 일이 생기면 힘들 때도 있지만 연기자를 보기 위해 연간 회원권을 끊거나 멀리서 찾아와 주는 팬들을 볼 때 제일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꽃거지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팬클럽이 만들어졌고 김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구걸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김씨는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해 수준급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사진 =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방송 캡처)
한국민속촌 측에서도 연기자들이 역량을 펼질 수 있도록 홍보를 활발히 할 뿐 아니라 기숙사를 지원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캐릭터들은 1년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그 중 일부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연기자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SNS에서 시작된 민속촌 최대 이벤트 '500얼음땡'
지난 2013년 한국민속촌은 여름 비수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민속촌 이곳 저곳을 누비며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우리의 전통놀이인 <얼음땡>을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SNS 담당자는 팬들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민속촌에서 500명이 얼음땡 행사를 진행하면 올 것이냐?"는 질문을 트위터에 띄웠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렇게 기획된 행사가 바로 '500얼음땡'이다. 올해까지 4회째 진행된 이 행사는 1분 만에 500장의 티켓이 모두 매진될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한국민속촌 '500얼음땡' 콘텐츠 페이스북 캡처)
게임은 조끼를 입지 않은 술래들이 빨간 조끼를 입은 안술래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술래가 안술래를 잡을 타이밍에 깃발을 들어 얼음을 외칠 수 있고, 다른 안술래가 그 깃발을 낚아채면 땡이 되는 방식이다. 이 행사 역시 캐릭터들이 함께 참여해 직접 관객들과 소통한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락페스티벌과 춤판이 벌어지며 흥겨운 잔치로 이어진다.
한국민속촌은 이 행사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도 SNS를 통해서 상세히 전달한다. 티켓 오픈 예고부터 게임규칙 안내영상, 현장영상, 참가자 후기 웹툰까지 모두 소개한다. 여기에 팬들의 생생한 후기사진이 댓글로 달리면서 500얼음땡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민속촌의 모든 콘텐츠는 대행사의 도움없이 한국민속촌의 마케팅팀이 자체 제작한다. 대행사가 만드는 콘텐츠는 축제의 컨셉, 메시지, 현장의 분위기 등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민속촌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친근하고 재미있는 소식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속촌아씨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에 속히 걸음하시어 행복한 시간 보내고 가시옵소서! 놀러오지 않으시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 아 아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