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② '공룡' 유통업체의 제조업 진출은 무죄?

입력 2016-10-24 16:59
수정 2016-10-24 17:05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만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장슬기 기자,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 상품을 내놓는 움직임을 제조업 진출로 봐도 무방할까요?

<기자>

네. 신세계나 롯데 등 대형 유통사들이 상품 유통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해내는 만큼, 유통업의 제조업 진출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 유통사는 OEM 방식으로 제조업계 1위를 제외한 2~3위 업체에 제조를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쓰고 있어서, 또 다른 측면에서는 유통과 제조업의 협업으로도 볼 수도 있는데요. 어떤 방식이든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으로 제조업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해외의 경우에도 국내처럼 PB상품이 활성화 돼 있나요?

<기자>

네. 영국이나 미국 등은 국내보다 PB시장 규모가 훨씬 큽니다. [CG] 국내 PB제품은 전체의 10% 미만이지만 영국의 경우 44%, 프랑스는 28%, 미국은 18%로 이미 PB상품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월마트나 아마존 등 해외 대형 유통사들은 꾸준히 PB제품을 출시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렇게 대형 유통사들이 제조업에 뛰어들게 되면, 기존 제조업체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유통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채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와 경쟁했을 때 당연히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형 유통사들이 제조업체에 위탁 생산해 협업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긴 하지만, 브랜드 경쟁력에서는 PB제품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죠.

[자료영상] 실제 이마트의 자체상품인 노브랜드의 생리대 상품입니다. 기존 제조업체에서 만들어 낸 생리대와 구성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절반 가량 저렴합니다. 롯데마트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통큰 초코파이'도 기존 오리온 초코파이보다 개당 가격이 30% 가량 저렴합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PB상품을 선택하게 되겠죠. 이렇게 대형마트가 기존 제조업체가 만들어내는 유사한 상품군을 따라 출시하게 되면 제조업체는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의 인터뷰 보시죠.

[인터뷰]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이마트나 롯데 등 큰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기업 제품들이 납품되는 영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은 협업관계가 돼 있어 중소기업이 자체 공장과 자체 네트워크를 갖고 하는 것이 효율적이나, 그것이 대기업에 흡수돼 규모가 점점 늘어나면 노사 관리나 가격 정책 등 네트워크가 망가지게 됩니다. 결국 관료주의화 되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 제조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을 해야 할 시점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PB시장이 이미 확대돼 있는 해외의 경우에는 마트면 마트, 온라인이면 온라인 등 유통 기업이 세분화 돼 있는데, 국내의 경우 대기업이 모든 유통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라 독과점 우려도 나옵니다. 제조업체들은 자칫 하청업체로만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인데요. 기존 제조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전문가 인터뷰 보겠습니다.

[인터뷰]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해외의 새로운 판매 채널을 뚫거나 역직구 시장에 포지셔닝을 해서 새로운 신규고객을 만들지 않는 한 국내의 내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 브랜드가 치고 들어오면 제로썸 게임이 되면서 점유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그나마 성장하고 있는 저가격 시장에서 싸움을 하고, 더 궁극적으로는 해외시장, 해외 고객을 만나야만 국내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인터뷰 보셨듯이, 대형 유통사들의 제조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존 제조업체들은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안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대형 유통사들이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해당 제품을 유사하게 만들어 가격만 저렴하게 내놓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전체적인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봤을 때는 오히려 발전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무조건적인 '베끼기'보다는 대형사들이 지니고 있는 역량을 활용해서 품질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선순환 구조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네. 장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