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페이스북 이용자 4명 중 1명이 에버랜드 팬인 이유

입력 2016-10-24 12:07
수정 2016-10-24 14:04
에버랜드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가 지난 17일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팔로워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2011년 처음 페이스북을 오픈한 에버랜드는 지난해말 팔로워 수 300만 명을 넘긴데 이어 불과 10개월 만에 400만 명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가 1,6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이 에버랜드 페이스북의 팔로워인 셈이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단연 1위다. 21일 현재 에버랜드의 팬 수는 401만 명, 삼성그룹 316만 명, 삼성전자는 83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 '365일 축제현장' 보여줄 것 넘쳐나



에버랜드는 업종의 특성상 페이스북이 잘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용인 에버랜드 현장에선 365일 축제가 펼쳐지고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와 공연, 먹거리와 캐릭터 상품이 있다.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동물원이 있고 봄 튤립 축제나 가을 할로윈 축제 등 시즌별 축제들이 늘 기획돼 있다.

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사람의 시점으로 촬영한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비롯해 기린 간식시간을 촬영한 360도 영상, 로스트밸리(사파리) 라이브 처럼 쉽게 따라하기 힘든 영상도 가득하다.

에버랜드 내 자체 방송센터를 갖춘 것도 SNS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방송센터 내에는 PD와 카메라 감독, 엔지니어 등 늘 에버랜드를 화면에 담아왔던 전문직군들이 상주하고 있다.

기획단계가 끝나면 내부 직원들이 바로 현장으로 나가 고퀄리티의 SNS 영상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낸다. 물론 대행사의 도움도 받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잘 갖춰진 인프라, SNS 마케팅팀의 기획력, 재미있는 콘텐츠의 적재적소 배치가 어우러지면서 SNS 국내 최강자 에버랜드 왕국이 만들어졌다.



(▲사진=에버랜드 페이스북 '로스트밸리 투어 라이브' 화면 캡쳐)

하지만 처음부터 에버랜드의 페이스북이 잘 나갔던건 아니다. 페이스북 참여 초창기 무렵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팬 수 하위권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연간 800만 명에 달하는 에버랜드 방문객을 모두 페이스북 팬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현장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집중했다.

손님들이 입장하는 곳에서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불꽃쇼 시작 전 전광판에 QR코드를 띄워 팔로워 신청을 독려하기도 하고 용인지역에서 나오는 쌀로 만든 가래떡을 직접 나눠주며 좋아요 버튼을 눌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장영수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홍보팀 과장은 "팬 수가 적을 때는 발로 뛰어도 몇 백 명 늘리는 것 조차 힘들었다"며 "팬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된 후에는 비교적 팬을 늘리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초창기 발로 뛰어 팬을 모으고 이벤트로 어느 정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하자 회사 내 타 사업팀은 물론이고 외부제휴 요청도 봇물 터지듯 늘기 시작했다. 팬 수가 늘어나는데도 속도가 붙었다.

◇ 직원보다 ‘더 잘 아는’ 고객..에버랜드 페이스북의 재산

올해 개장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지난 4월 기준 누적 방문객 2억 2,300만 명을 넘어섰다. 에버랜드에 대해 잘 아는 고객이 그 만큼 많아져 SNS참여도 적극적이다.

고객층도 두터워 '자연농원'이던 시절에 찍은 추억의 가족사진을 댓글로 올리거나 지금은 신랑이 된 남자친구와 캐리비안베이를 갔었다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젊은 고객들은 <티익스프레스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나 <가장 효율적인 어트랙션 이용 순서>, <사파리월드 명당자리>같은 꿀팁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댓글로 올린다.

고객들의 사연이 웹툰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티익스프레스를 타다가 보청기를 잃어버린 청각 장애인을 위해 직원들이 놀이기구 작동을 멈추며 보청기를 찾으려 했지만 끝내 찾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직원들은 며칠 동안 이곳 저곳을 샅샅이 뒤졌고 결국 보청기를 찾아내 고객에게 돌려줬다. 해당 고객은 직접 쓴 손편지와 떡을 에버랜드로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이 사연은 웹툰으로 제작돼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감동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에버툰은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150여 편에 다다르고 있다.



(▲사진=에버랜드 페이스북 '에버툰' 화면 캡쳐)

김수진 삼성물산 커뮤니케이션그룹 선임은 "고객들의 댓글을 통해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정보가 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콘텐츠를 기획할 때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페이스북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지금 애버랜드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이런 질문이 올라오는 경우 당직자가 동영상으로 찍어 현재 상황을 전하기도 하고 방문객 수를 파악해 평소 주말과 비교해 답글을 달기도 한다.

또 에버랜드를 잘 아는 고객들로 구성된 블로그 기자단을 운영해 실제로 고객들이 알고 싶은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새로운 어트렉션이 오픈하거나 축제, 공연 등이 새롭게 시작할 때는 페이스북 팬들이 가장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장영수 과장은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며 "실제로 팬들이 지적해주신 부분이 에버랜드 운영에 반영되는 등 고객들이 에버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 판다·로스트밸리 등 '생생 라이브 활용'

에버랜드는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버랜드 페이지는 올해 4월 오픈한 판다월드의 판다를 페이스북 라이브의 첫 주인공으로 삼았다. <판다입국 100일 기념 라이브>에서는 판다가 대나무를 먹는 모습과 사육사의 인터뷰로 구성했다. 팬들은 귀엽다는 반응과 함께 꼭 보러가겠다는 등의 답글을 쏟아냈다.

이후 판다월드는 개관 4개월 만인 지난 8월에 입장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단일 시설로는 티익스프레스(159일), 사파리 로스트밸리(146일)보다 앞선 수치다.



(▲사진=에버랜드 페이스북 '판다 입국 100기념 라이브' 화면 캡쳐)

무더위가 한창인 7월에는 물을 뿜어내는 퍼레이드인 '스플래시 퍼레이드'를 라이브로 중계했다.

퍼레이드 장치들이 시원한 물을 뿜어내고 관람객들은 우비를 입고 물총 싸움을 하는 모습이 생중계 영상에 담겼다.

특히 관람객들이 라이브를 진행하는 카메라에도 물총을 쏘는 등 참가자와 제작자가 모두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라이브의 장점을 잘 살린 콘텐츠로 꼽히고 있다.

최근 진행된' 로스트밸리 라이브'는 쌍방향 소통을 잘 구현한 라이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사육사와 함께 수륙양용차를 타고 동물들을 둘러보는 도중에 생중계 영상을 지켜보던 팬들이 궁금한 점을 댓글로 물어보면 사육사가 바로바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팬들은 기린은 정말로 서서 자는지, 얼룩말의 피부색은 뭔지, 말하는 코끼리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등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사육사는 "기린은 서서 자지만 아주 피곤할 때 새벽에 5분 정도 앉아서 목을 비틀고 잔다. 사육사도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얼룩말은 태어날 때부터 얼룩을 갖고 태어나고 얼룩말의 무늬는 사람의 지문처럼 다 다르며 털을 깎으면 피부 색깔은 검정색"이라고 설명하는 등 에버랜드가 아니라면 보지 못할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사진=에버랜드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witheverland 화면 캡쳐)

에버랜드 인스타그램도 팬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인스타그램이 사진 위주의 채널인 만큼 대체로 '에버랜드 화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데 고객들이 에버랜드 태그를 달아 올린 사진도 고객의 허락하에 인스타그램에 올려진다.

현재 에버랜드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트위터, 네이버 TV캐스트, 유튜브,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 웨이보 등 8개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장영수 과장은 "각 채널별 특색에 맞게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400만 고객들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