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정부의 여러 금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흡연율 감소 효과는 당초 예상치에 비해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이 2배 가까이 인상되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금연하겠다'고 다짐한 흡연자들은 많았지만, 실제 담배 판매 감소율은 당초 예상치 보다 21%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불경기 얇은 호주머니 사정에 울상 지으면서도 흡연자들이 주머니를 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담배의 강한 중독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로 담배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성분인 '니코틴은 마약인 헤로인보다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코틴은 담배연기를 들이마신 순간부터 폐를 통해 흡수되어 혈관을 통해 7~9초 안에 뇌로 전달, 1분 이내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 헤로인보다 빠른 속도다.
뇌에 도달한 니코틴은 탐닉성을 가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도와 기분을 좋게 한다. 이 밖에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촉진해 일시적인 기억력과 작업수행능력을 호전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마약을 끊게 되면 심한 금단 증상에 시달리듯, 흡연자 또한 담배를 끊으면 여러가지 신체적 혹은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된다. 두통, 변비,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불안감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신경질이 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금단 증상은 담배를 끊고 2시간부터 시작되어 일주일 후면 절정에 이른다. 그럴수록 담배 생각이 자주 들고 흡연 충동이 심해져 이때 대부분의 사람이 금연을 포기하게 된다. 담배를 많이, 오랜 기간 피웠던 사람일수록 금연을 포기할 확률이 높은데, 장기 흡연으로 니코틴 수용체의 개수가 늘어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금단증상을 잘 다스리는 것이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담배를 끊고 초조, 불안, 손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명상, 찬물 마시기, 산책, 심호흡, 낮잠 등 본인에게 맞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흡연 욕구를 이기려 커피, 홍차, 탄산음료 등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오히려 흡연 욕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금단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장기흡연자라면 담배를 한 번에 끊기보다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패치나 껌 타입의 금연보조제 사용을 병행하고, 담배를 서서히 줄여 나가는 감연법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금연보조제는 혈중의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 금단 증상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껌 타입의 금연보조제는 흡연 욕구가 생겼을 때 천천히 씹어주면 소량의 니코틴을 공급해 금단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금연에 실패하거나 혼자 힘으로 금연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보건소에 설치된 금연클리닉, 금연콜센터 등을 이용하면 금연 상담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거듭된 금연 실패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금연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담배 끊는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