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도 남는' 民資 고속도로··정부 3년간 적자 보전금 1조원

입력 2016-10-04 09:42
정부가 민간 투자 고속도로의 이용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최근 3년간 1조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2015년 정부가 전국 9개 민자 도로에 지급한 최소 운영수입 보전액은 무려 9,535억원으로 얼추 1조원 규모다.

민자 도로에 대한 연도별 운영수입 보전액은 2013년 3,277억원, 2014년 3,054억원, 2015년 3,204억원이었다.



<사진설명=부산-창원 민자 고속도로(연합뉴스 DB)>

노선별 지급액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2,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구-부산 고속도로 2,503억원, 천안-논산 고속도로 1,383억원,부산-울산 고속도로 1,천210억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952억원 순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운영수입 보전액으로 지출된 것은 도로 이용 수요를 지나치게 늘려 잡은 때문으로 9개 민자 도로의 하루 평균 예상 통행량은 229만 8,146대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예측량의 72.7%인 166만 9,771대에 그쳤다.

하루 평균 통행료 수입도 예상 수입(4조 5,606억원)의 59.6%(2조 7,190억원)에 머물렀다.

민자 도로는 비싼 통행료로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는 것도 문제다.

제한된 투자 회수 기간 등으로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는 재정도로보다 통행료가 비쌀 뿐 아니라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탓에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기 때문으로 이미 2014년 말 기준으로 재정도로의 1.83배에 달할 정도.

사업 지연이나 재정 여건으로 토지보상비가 제때 투입되지 않아 보상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 또한 단점으로 꼽힌다.

구리-포천 고속도로의 경우 2009년 실시협약 당시 보상비는 9,678억 원이었지만 2012년 1조 2,519억원으로 처음보다 29.3%나 늘어났다.

노선별 별도의 요금징수 시스템 운영으로 차량이 통행료 지불을 위해 중간 정차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교통정체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민자 도로는 이동성 확보, 통행시간 절감 등 국가 편익 증대와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만의 능력으로는 증대하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11개 민간자본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489.9㎞로 전체 고속도로 연장 4,93㎞의 11.6%로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비롯해 건설 중인 8개 민자 노선과 실시계획 중인 2개 노선, 협상 단계인 3개 노선까지 합치면 24개 노선에 1천㎞를 훌쩍 넘는다.

민자 도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소 운영수입 보전(MRG) 제도로 민간이 건설한 SOC에 적자가 발생하면 최소 운영수입을 보전해주는 제도적 장치다.

민자유치 유인책이지만 민간 투자자에 주는 특혜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은 것을 알면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